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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은 왜 그렇게 행동할까?
수잔 에바 포터 지음, 심혜경.유재봉 옮김 / 교문사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재현
졸업식. 서로 축하하고, 한 단계를 마친 기쁨의 날, 그러나 교문이나 동네에는 경찰들이 깔려 있다. 일명 알몸 졸업식, 또는 교복 찢기, 밀가루, 계란 던지기, 아니면 선배가 후배를 폭행하는 일들을 방지하기 위해서란다.
왜 자신이 3년간 다녔던 학교를 마치는데 이런 행사들을 하는지 그 이유를 알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것도 일종의 퍼포먼스라고 볼 수 있을텐데... 그렇게 보지 않고, 오로지 일탈행위로만 간주한다. 일탈행위, 이는 잘못된 행위이니 바로잡아야 한다. 바로잡아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그런데 그것이 경찰이 지키고 있음으로 해결이 될까? 더 은밀한 곳을 찾아가지 않을까. 아니면 그날을 피해 다른 날을 잡지 않을까. 해결이 아니라 은폐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이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가 있을테니 말이다. 그 원인을 캐서 원인을 제거하지 않는다면 일은 해결되지 않는다. 해결되기는 커녕 잠재적으로 더 위험해질 수도 있다.
경찰이 서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생각났다. 엄석대에게 눌렸던 아이들이 과연 제 힘으로 그런 폭력을 극복했던가. 아니다. 아이들은 단지 더 큰 폭력에 기댈 수 있었을 뿐이다. 더 큰 폭력이 작은 폭력을 힘으로 눌러버리고 이를 해결했다고 하는 상태, 그것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아니었던가.
지금 우리 사회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재현하고 있는가? 그러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러한 일탈행위가 나타난 근본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
줄타기
교사는 줄타기 하는 사람과 같다. 자신이 원하는 지점까지 가기 위해서 위태위태한 줄 위에서 자신의 전존재를 걸어야 한다. 잠시 방심하다간 줄에서 떨어져 버리고 만다. 이 책을 읽으며 교사란 어떤 존재일까 생각했는데, 바로 교사는 줄타기 하는 사람과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으로는 학생에게 해주어야 할 교육적 관점을 견지하고, 발은 줄에 의존하기에 학생과 학교와 현실 사이에서 중심을 잘 잡아야 하며, 손은 균형을 잡기 위해 좌우로 치우치지 않아야 하는. 그래서 어느 한 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존재. 자신이 원하는 지점까지 갔어도 줄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다른 지점까지 또 가야 하는 존재다. 학생이라는 사춘기에 접어든 존재와 생활하는 교사는 바로 자신이 줄 위에 서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화이부동
줄타기하는 교사는 학생과 동일시하기 보다는 학생들과 거리를 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이 바로 이것이다. 학생에게 동조하되, 동일시하지는 말아라. 동일시하는 순간, 교육에서는 멀어지게 된다. 즉 학생과 어울리되, 같아져서는 안되는 존재, 바로 그런 존재가 교사이다. 학생들을 충분히 이해해주고 격려해주되, 자신의 관점을 잃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교사는 바로 어른이기 때문이다. 어른이기에 자신을 형성해나가는 청소년들에게 어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청소년들이 자신을 잘 형성해나갈 수 있다.
함께 하되 따로 가는, 그래서 따로 가되 함께 가는 존재, 그것이 바로 교사이다. 참으로 힘든 줄타기다.
성찰
줄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또 어울리되 하나되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찰이 필요하다. 자기반성, 아니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능력. 이 능력이 바로 어른됨을 알려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나이 먹음과 어른됨이 같을 수 없다면, 나이먹음을 어른됨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이 성찰이다. 자기를 끊임없이 들여다보기. 그렇게 하다보면 남과 나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 교사에게 반드시 필요한 요소가 바로 이 성찰이다. 청소년들과 오랜 시간을 지내는 직업을 가진 교사는 자신을 성찰하지 않으면 이 책에서 말하는 '사춘기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청소년들과 비슷한 행동을 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교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 학생들을 위해서 또는 자신을 위해서 성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또 습관을 지녀야 한다.
줄탁동시
학생은 학생 나름대로 교사는 교사 나름대로 노력을 해야 한다. 교사의 노력이 억압으로 나타나지 않고, 학생들 스스로 변하게 한다면 교육은 성공이다. 그런 성공을 교사들은 추구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교사들 스스로 자신의 몸을 돌보아야 한다. 건강을 챙기기 못하는 교사는 좋은 교사라 할 수 없다고 이 책은 주장한다. 교사들이 자신의 몸과 정신을 돌보는 모습을 보이는 것, 그것도 역시 교육이라고 한다. 어른으로서 만족스러운 삶을 온몸으로 보여주면 학생들도 어느 순간 그런 교사의 모습에 감염이 된다. 즉 여기서 필요한 요소는 '병행 교육과정'이라고 하는 단순한 지식을 넘어서는 교육이다. 삶을 위한 교육이 된다.
이러한 교사의 모습이 학생을 변하게 하고, 줄탁동시처럼, 교사는 밖에서 학생은 안에서 알을 깨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한 단계 올라간 학생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불가근 불가원
너무 가까워도 너무 멀어도 안된다. 참 어려운 일이다. 교사는 이런 거리두기에 성공해야 한다. 거리두기에 실패할 경우 교육은 무산되고 만다. 어떻게 해야 하나? 이 책에서 제시한 몇 가지가 유용하겠단 생각이 든다. 하나만 들면 학생과 교사는 다른 존재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 같은 인간이되, 서로 다른 인간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면 교육에서 거리두기는 성공할 수 있다고 한다. 자신의 존재가 무엇인지 깨달은 교사라면 학생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바람직한가를 성찰한다면 이러한 거리두기는 성공할 수 있다고 한다.
거리두기가 성공하면, 학생을 위해서 전적으로 자신을 희생하는 교사는 그리 좋은 교사가 아니라는 이 책의 주장에 공감할 수 있다. 희생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이미 자신이 지쳐가기 때문이다. 몰입과 희생은 다르다. 그러나 교사도 사람이라는 생각을 지니고, 자신의 삶을 충분히 영위하는 모습을 보이는 편이 더 교육적이라고 한다.
거리두기에 실패했을 때 이런 희생이 나올 수 있다.
내가 만일
교과부 장관이라면 그많은 연수들을 가지고 교사들을 평가하지 않겠다. 오히려 이런 책을 학교에 배포하고, 교사들이 이 책을 읽고 각 학교의 실정에 맞게 자신들을 계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천편일률적인 연수보다는 각 학교에서 이렇게 교육에 관한 책을 읽고 함께 교육하는 교사들끼리 그 학교의 상황에 맞게 자신들의 것으로 만드는 편이 더 연수에 맞는다. 이 책은 제목이 청소년은 왜 그렇게 행동할까지만, 사실, 이 책은 교사들은 이래야 한다는 책이다. 여기에 학교 관리자(교장, 교감)는 이래야 한다는 내용까지도 있으니, 현장의 교사들에게 꽤 유익한 책이다. 작은 제목이 교사를 위한 소통과 공감의 기술이다.
아마도 교사들에게 진실로 필요한 책일텐데...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내용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실현가능한 내용들이 나오기 때문에 웬만한 연수보다는 각 학교 교사들이 함께 읽고 고민하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교사들 뿐만 아니라, 학교 관리자들도 반드시 읽어야 할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