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에게 길을 묻다 - 조용호 문학기행
조용호 지음 / 섬앤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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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러운 세상,

한 치 앞을 분간하기 힘든

자욱한 안개가 끼어

세상, 앞날도 아니 자신의 주변도

보이지 않는 시대.

모두가 병든 시대,

 

유마거사,

세상이 병들었음에 나도 병들었다고,

세상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받아들인 사람

그는 시인의 원조였으리라.

 

시인은 세상과 소통하는 능력이,

자신과 남들과 소통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

세상의 아픔이, 남의 아픔이, 자신의 아픔이

글로 말로 어쩔 수 없이 튀어나와

한 편의 시가 되게 하는 사람.

 

너만 아프지 않다고,

너만 막막하지 않다고

나도 그랬다고,

아니 남들도 모두 그렇다고

말해주는 사람.

온몸으로 시를 살아,

시 자체가 길임을 보여주는 사람.

 

시인이 많다는 건,

우리가 힘들 때 잠시 기대거나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가 많다는 것.

 

힘든 세상.

한 번 시인에게 물어봐.

도대체 내 길은 어디에 있냐고?

나는 어떤 길을 가야 하냐고?

그럼 시인은 이 시처럼, 잠시 앉아보라고,

여기서 쉬면서 생각해 보라고,

찾아보라고 할 거야.

 

24명의 시인들이

황지우,안도현,송찬호,이생진,송수권,장석남,이기철,나희덕,박형준,최승호,문인수,최영철

 조용미,김영남,김명인,이정록,문정희,조정권,이문재,강   정,김사인,안현미,김선우,이성복

각자 자신만의 대답을,

그러나 하나로 통하는 대답을 해주면서,

의자가 되어 줄 거야.

비록 풍경은 좋지 않을지 몰라도

지친 우리에게는

우리의 길을 찾을 수 있는 여유를

마음을 줄 거야

이 시처럼.

 

 

의자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아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갈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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