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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간다 - 대중 심리를 조종하는 선전 전략
에드워드 버네이스 지음, 강미경 옮김 / 공존 / 2009년 7월
평점 :
프로파간다(propaganda)는 말은 흔히 선전이라고 표현을 한다. 선전과 선동하면, 예전에 아지프로(agitation+propaganda)라는 말들을 많이 썼는데...
아직 계몽되지 않은 사람들을 계몽시킨다는 말로,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 민중을 행동에 나서게 한다는 뜻으로 썼다. 혁명가들 중에는 이러한 아지프로에 능한 사람들이 많았고.
그런데 아지테이션, 즉 선동이라는 말도 혼동, 혼란을 부추긴다는 부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프로파간다라는 말에도 역시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즉,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 남을 이용한다는, 자신의 생각대로 남을 이끌려 한다는 의미가 강하게 실려 있다.
하지만 이 단어를 피알(PR)로 바꾸면 웬지 우린 자신을 알린다는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이곤 한다. 지금은 자기 피알이 필요한 시대라고 말을 하지만, 지금은 자신을 프로파간다해야 할 시대라고는 말을 하지 않듯이 말이다.
농담처럼 예전에는 피알(PR)을 알릴 것은 알리고 피할 것은 피하라는 뜻이라고 얘기들을 했다. 즉 자신의 단점을 되도록 말하지 말고, 장점을 부각시켜 말을 하라는 뜻으로 이 말을 썼다. 자기 피알 시대라는 말에도 자신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듯이.
이 피알의 대가가 어쩌면 얼마 전에 타계한 스티브 잡스일지 모른다. 그는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그 제품을 홍보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그 자리에서 자신이 직접 제품을 홍보했다고 하는데, 그것을 스티브 잡스의 프리젠테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프리젠테이션에 임하는 모습을 그의 전기문을 통해서 보면, 자신의 표정 하나하나까지도 철저하게 관리한 리허설을 거친 한 편의 공연이라고 할 수 있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회사 제품을 홍보하고 있는데, 이 때 잡스의 모습은 피알의 대가라기보다는 프로파간다의 대가라고 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 책, "프로파간다"에서 말하는 진정한 피알의 고문은 바로 스티브 잡스이지 않을까 한다. 비록 이미 광고인이란 직업이 있고, 잡스도 이들에게 광고나 프리젠테이션을 의뢰하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자신이 통제했으니, 그는 이 책에서 말하는 홍보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을 들어 저자는 프로파간다라는 말을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하고자 한다. 제목을 피알이라고 하지 않고, 프로파간다로 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
읽다보면, 그는 홍보를 소극적인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고, 대중의 의식과 생활습관을 바꾸는 적극적인 수단으로 삼았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점이 홍보의 무서운 점이고, 이게 우리가 마타도어(MATADOR)를 피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마타도어는 흑색선전이라고 할 수 있는 너무도 부정적인 의미의 홍보이기 때문이다. 이 마타도어와 프로파간다를 구분하지 못하면 우리들의 의식은 남에게 조종당하는 상태에 머물게 된다.
자신의 생각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대로 이미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틀에 따라서 행동하고 있을 뿐이라는.
이 책에서는 이렇게 행동을 바꿀 수 있는 드러나지 않는 방법을 프로파간다로 이야기 한다. 그런 홍보가 바로 좋은 홍보라고 한다. 이 홍보분야는 기업뿐이 아니라, 정치에서도, 예술에서도, 교육에서도, 여성운동에 관해서도, 시민사회운동 분야에서도 다 필요하다고 지은이는 주장한다.
사실, 사람들의 생활에서 프로파간다가 필요하지 않은 부분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어떻게 써야 하느냐가 중요한데, 특히 집권을 꿈꾸는 진보진영들은 이 책을 꼼꼼하게 읽을 필요가 있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국민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면 아무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랑스 속담에 머리에 황금이 들어있어도 말로 표현하지 못하면 돌일 뿐이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 말을 정치에 빗대어 이야기하면 아무리 좋은 정책이 있어도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면 아무 것도 아닌 정책이 된다로 할 수 있다.
자신들의 정책 선명성만을 내세우지 말고,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읽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뜻을 펼칠 수 있는 홍보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단, 마타도어가 아닌, 긍정적인 의미의 프로파간다를 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는 긍정적인 프로파간다를 꿈꾸었던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가 다른 나라의 민주화를 막은 경력은 있지만, 적어도 히틀러의 제안을 거부했다는 점에서는 말이다. 또한 담배의 해악을 알게되었을 때 자신이 한 때 만들었던 광고들을 철회하고, 흡연 반대 운동 광고들을 만들어 적극적인 반대운동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말이다.
홍보는 금세기에 들어서 더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어떤 형태로는 이제는 프로파간다를 무시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 시대에는 어떤 방식의 홍보를 해야 국민들을 움직일 수 있는지 고민을 해야 한다. 이러한 홍보를 무시한 모든 논의는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하리라.
자, 우리도 홍보에 대해서 공부하자. 80년도 더 전에 나온 이 책이 아직도 유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책은 어떤 자세로 홍보에 임해야 하는가를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찻잔을 벗어나자. 대양에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