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의 사진문고를 보았다. 

사람, 또 얼굴을 중심으로 낸 사진집들 중에서 몇 편을 골라 문고로 낸 책이다. 

사진은1957년 소녀의 사진으로 시작해, 1987년 청년의 사진으로 끝난다. 30년의 삶이 이 작은 사진문고에 들어 있다. 

그는 사진을 통해 이 세상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고 싶다고 했는데, 그의 사진을 보면 없는 사람들, 힘든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 애정은 이들이 아직도 이렇게 힘들게 살게 되는 현실에 대한 분노로 바뀌기도 한다. 

그는 "내 사진은 일상에서 일어나는소소한 사건들에서 비롯된, 일종의 사소설(私小說)에 비유할 수 있겠다."고 했다. 그의 사진에는 우리의 일상이 나타난다. 그런데 이 일상은 저 멀리 우리가 접근할 수 없는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사는 사람들, 우리보다 더 낮은 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이 책에 나온 한 사진, 선거벽보의 사진과 초상화들이 대조를 이루듯이, 최민식의 이 사진문고는 화려하게 치장하고 나오는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들과 대조를 이룬다. 

사진은 모두 흑백이고, 이 흑백이 삶의 지난함을 오히려 따스함으로 감싸고 있다.  

더 화려하게, 더 예쁘게 꾸미려고 하는 지금, 자신의 본 모습은 사라지고 가식적인, 오로지 남의 눈을 의식하는 모습만 남아있는 삶은 최민식이 포착하려는 현실이 아니다.  

서민들의 삶과는 상관없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신물이 나도록 보아왔다. 우리는 아직도 이 사진에 나오는 삶들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그 삶을 가린다고 없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우리 주변의 삶을 바로 볼 수 있게 최민식과 같은 작가의 작품이 자주 보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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