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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러셀을 말하다 - 세계를 해석하는 것에 대하여, 세계를 변혁하는 것에 대하여
노엄 촘스키 지음, 장영준 옮김, 김한조 삽화 / 시대의창 / 2011년 9월
평점 :
버트란드 러셀.
그는 내게 그냥 철학자이자 수학자일 뿐이었다.
자유주의 사상가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반면에 촘스키는 아나키즘에 가까운 언어학자이자 사상가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이 둘이 서로 어울린다는 생각을 해 보지 않았는데...
러셀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 우리에게도 러셀은 헬렌 켈러만큼이나 일면만 알려지고 있지는 않은지...
헬렌 켈러가 사회적인 문제에 발언을 하고 참여를 한 사회개혁가의 모습을 더 많이 지녔다고 하면 사람들은 무슨? 이러고는 하는데... 러셀도 마찬가지다.
그는 단순한 학자가 아니었다. 사회의 문제에 대해 자신의 모두를 걸고 참여하였던 지식인이었다. 그가 쓴 게으름에 대한 찬양 정도만 읽고 있던 나에게... 러셀은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빠지지 않았던 실천적 지식인, 그람시의 용어를 빌면 유기적 지식인이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다.
그런 러셀을 촘스키가 말하고 있다. 어쩌면 촘스키가 따라고자 한 인물이 러셀이라고도 할 수 있으리라.
촘스키는 언어학자로서도 유명하지만, 사회문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그리고 그의 발언들은 검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도.
이 책은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세계를 해석하는 것에 대하여란 제목으로 인간의 언어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어렵다. 그의 변형생성문법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있어야 아, 그렇구나 하게 되니 말이다. 그래서 이 부분은 생략해도 된다. 촘스키에게 중요한 문제는 세계의 해석이 아니라, 세계의 변혁이니 말이다.
2부는 세계를 변혁하는 것에 대하여란 제목으로 러셀의 행위를 이야기하면서, 촘스키가 처해 있는 현실의 문제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 있다.
검열로 인해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 말해지지 못하고 있는 사실들을 촘스키는 이야기함으로써 세계를 변혁하는 길로 한 걸음 나아간다. 이것이 어쩌면 1부와 통하는 지점일지도 모른다. 인문학적 정신으로 세계를 해석한다면 이는 반드시 실천적 행동으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40년 전에 나온 이 책이 아직도 시대성을 띠고 있는 이유는, 단지 어느 한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를 이야기하지 않고, 보편적인 판단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 때의 일들은 세계를 해석하고, 변혁하는데 아직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많기 때문이다. 바르게 해석하고 바르게 실천하는 일... 그 실천을 남에게 미루지 않는 모습.
그것이 러셀의 모습이고, 촘스키의 모습이다.
꼭 러셀이나 촘스키와 같은 저명인사일 필요는 없다. 이 책의 마지막에서도 언급되듯이 세상은 보통사람들의 힘으로 충분히 변혁될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가 뚜벅뚜벅 그 길을 걸어간다면.
촘스키에 대해서 잘 모르면 책의 뒷부분에 있는 옮긴이의 해제를 읽으면 좋다. 절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