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갇힌 사람들 - 불안과 강박을 치유하는 몸의 심리학
수지 오바크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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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몸이 지금 우리 시대의 화두다. 

얼짱을 지나 몸짱이라는 말이 유행한 지도 오래되었고, S라인이니, 빨래판 복근이니 하는 말들이 난무하고 있다.  

여기에 성형미인이라는 말은 이제 자연스러운 말이 되었고, 오히려 자신이 성형한 사실을, 성형으로 인해 이렇게 되었다고 자랑스레 말하는 모습이 방송에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몸에 관해서 깊이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해준다. 

"몸에 갇힌 사람들"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가 몸을 통제하지 못하고, 오히려 우리의 생활이나 생각을 몸에 조정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몸에 조정당한다는 의미는, 우리 자신이 우리 몸을 통제하지 못하고,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아니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남에게서 규정된 몸을 올바른 것으로 판단하고, 자신의 몸을 고쳐야 할 것으로 여기게 된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글쓴이는 어리 시절 부모들이나 다른 사람들이 아이의 행동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몸에 대한 태도가 결정된다는 여러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다. 

즉 우리는 우리의 몸을 우리 자신이 통제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몸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나 태도는 은연중에 부모가 자신의 몸을, 또는 자식의 몸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통제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읽으며 우리나라 생각을 했다.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듯 성형 열풍에 휩싸인 까닭은 결국 우리 윗세대들이 자신들의 몸에 많은 불만을 지니고 있었으며, 이를 부끄럽고 고쳐야 할 대상으로 여긴 태도가 우리에게 알게모르게 감염이 되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이 책의 주장에 의하면 지금 몸에 대한 우리들의 태도는 우리 윗세대들의 몸에 대한 태도에서 상당한 영향을 받았을테고, 그렇다면 우리의 몸에 대한 태도가 우리 아래 세대들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텐데...  

지금대로 나간다면 우리 아래 세대들은 자연스러운 한국인의 몸을 지닌 사람들이 거의 희귀할 정도로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또한 어린 시절 다른 사람들의 몸에 대한 태도 말고도, 지금 우리가 몸에 대해 이렇듯 획일화되고, 표준화된 기준을 지니고, 그것을 닮아가려고 노력하고, 자신의 몸을 고칠 수 있는 어떤 대상으로 여기게 된 데에는 사회,문화적인 환경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도 한다. 

이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아도 우리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우리의 눈에 보이는 광고들을 보라. 다들 너무도 좋은 몸을 지닌 사람들의 모습만이 나오고 있지 않은가. 온갖 다이어트 식품, 건강 관련 기구들의 광고가 넘쳐나고 있지 않은가. 

또한 방송에 나오는 사람들, 이 책에서는 셀레브리티 문화라고 하는데, 그들을 보면 그들의 몸을 따라해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지 않던가. 하다못해 개그프로그램에서도 살빼기, 아니면 몸짱 만들기 꼭지를 만들어 방송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면을 이 책의 글쓴이는 '몸이라는 개념 자체는 이제 우리가 제조하고 창조해야 할 상품이 되었다'(255쪽)고 한다.

이렇듯 이 책은 앞부분에서는 어린시절 어른들의 아이의 행동에 대한, 또는 몸에 대한 태도에서 뒷부분에서는 사회,문화적인 문제로 내용을 더 확대 심화하고 있다. 

그런데 좀 아쉬운 점이 있다. 문제점은 정말 잘 분석해 놓았는데... 이게 문제다. 이런 문제는 이렇게 해서 발생했다까지는 이해하겠는데... 해결방법이 추상적이다.

물론 마지막 부분에서 임산부와 초보 엄마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몸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고 하고, 허위 광고를 일삼는 기업들을 고발해야 하며, 몸을 당연한 것이자 즐거운 것으로 여겨야 한다고 나름대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말들은 누구나 다 아는 말에 그칠 공산이 크다. 이미 거대한 흐름으로 자리잡은 몸은 고쳐야 할 어떤 표준이 있으며, 그렇게 고칠 수 있다는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는 더 구체적인 실천 방법들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아쉬운 마음이 든다.  

구체적인 실천 방법들은 이 책을 읽은 우리들이 하나씩 하나씩 채워가고 실천해가야 하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자신의 몸은 유일무이한 자신의 몸이라는 생각을 우선 나부터 지녀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 책의 마지막에 글쓴이가 한 말처럼 내 몸을 당연한 것이자 즐거운 것으로 여겨야겠다. 내 몸은 기계의 한 부분이 아닌, 전체적인 몸, 그 자체라는 생각을 먼저 해야겠다. 

성형천국이라고 불리는 우리나라에서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한 번에 성형열풍, 몸짱 열풍이 줄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몸에 대해서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조금씩은 늘어날테니... 조금씩이라도 변해가지 않겠는가.

 

덧말 

1. 이 책의 앞 부분을 읽으며 "가족 세우기를 통한 교실 혁명"이라는 책이 떠올랐다. 이 책에서도 아이들의 어떤 행동들은 가족들 중 누구와 분명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그 가족의 문제를 직시하도록 해야 한다고 하기 때문이다. 맑스의 말처럼 '인간은 사회적 관계의 총체'다. 내 행동을 결정하는 요인은 나만이 아니다. 어릴 때 나와 관계 있는 사람들이 우선 큰 영향을 주었을테고, 지금은 함께 만나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들이 영향을 준다. 가족세우기를 통한 교실 혁명은  몸에 갇힌 사람들의 앞부분과 연결된다. 

2. 또 이 책의 뒷부분은 "미국처럼 미쳐가는 세계"라는 책과 연결된다. 각 나라의 독특한 문화가 미국의 표준화된 기준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예리하게 포착한 책이다. 이 책에서는 각 나라의 특성에 맞는 치료방법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 책에서 의료의 문제가 미국으로 통일되어 가는 과정이 "몸에 갇힌 사람들"에서 세계 어디를 막론하고 같은 광고로 사람들 몸을 통제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3. 제목이 "몸에 갇힌 사람들"인데... 오히려 "몸을 가둔 사람들"이라는 표현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우리가 외부에서 주어진 몸에 대한 생각(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으로 몸에 갇혀 다른 몸을 상상하지 못한다는 뜻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오히려 의식, 무의식적으로 우리 자신이 어떤 틀에 몸을 가두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몸을 가둔 사람들이라고 하는 편이 좋겠단 생각을 해봤다. '몸을 가둔'이라고 하면 '몸에 갇힌'보다는 우리 자신이 몸을 가두지 않을 수도 있는, 우리가 주체가 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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