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란 무엇인가 개념어총서 WHAT 6
고병권 지음 / 그린비 / 201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말로 생각지도 않았던 질문이다. 이 책의 제목은. 

그냥 학교에서 배운대로 민주주의란 국민이 주인으로 존재하는 정치형태라고만 생각하고 있었지 더 깊은 의미를 두지 않았다. 

간접민주주의니 직접민주주의니 하는 말들을 듣고, 그냥 그러려니 하고 지내기도 했고. 당연하다는 생각은 발전을 가로막는다.

요즘에 민주주의의 위기니, 독재니 하는 말들이 나와서, 어떻게 해야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하나 하는 고민은 하긴 했지만...민주주의란 개념 자체에 대한, 그리고 그 개념 속에 들어있는 여러 복합적인 요소들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았다. 철학의 부재!

그런데, 이 책, 민주주의에 대해서 정말로 많이 생각하게 해 준다. 

우선 민주주의의 다른 나라 이름인 데모크라시를 분석한다. 데모스와 아르케에 대한 이야기로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를 시작한다. 데모스는 민중의 힘을 이야기하는데, 글쓴이는 서로 다른 존재들이 서로를 '이를 서로 번역가능하게 만들고 서로 소통가능하게 만드는 집합적 신체를 구축한다는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즉 데모스는 이미 존재하는 무엇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무엇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또 아르케는 근거, 원리라고 할 수 있는데, '민주주의에서는 정체를 규정하는 특정한 근거를 갖지 않으며 오히려 그 근거가 한계를 드러내는 곳, 그것이 비판에 직면한 곳에서 제기된다'고 하여, 민주주의란 어떤 고정된 실체가 아닌, 생성, 발전, 이행되는 무엇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민주화란 자격이나 조건, 척도를 넘어 다양한 존재들이 연대하는 것이고, 자기에게 부여된 형상을 넘어 공동의 삶, 연대의 삶을 구축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주장한다. 

결국 우리는 민주주의를 '데모스의 힘'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는 이를 '사람들의 복종을 끌어내는 통치권력의 크기가 아니라, 권력이 유포하는 유혹이나 공포에 쉽게 휘둘리지 않고 자기 삶을 꾸려갈 수 있는 능력의 크기, 권력조차 그런 관점에서 다룰 수 있는 능력의 크기로 표현된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그는 '앞으로 민주주의 싸움은 우리 삶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권력과 이 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삶의 대안적 형식의 발명을 둘러싸고 벌어질 것'이라고 책을 끝맺음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위기를 논하지 말고, 어떤 민주주의여야 하는가를 생각하고, 우리가 우리 삶을 위해서 어떤 형태로 우리의 주장을 관철시켜 나갈 것인가를 고민하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일상생활의 형태가 바로 정치 형태가 되는 모습도 이야기 하고 있는데, 우리의 일상 삶들이 정치와 떨어진 것이 아니고, 이런 삶의 형태들을 더욱 풍요롭게 하기 위해 정치적인 행위를 하기도 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결국 민주주의란 늘상 있어온 어떤 것인데, 이 민주주의란 개념에 어떤 내용을 채울 것인가가 우리가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통해 민주주의란 결국 배제되고 소외된 집단이 어떻게 자신의 권리를 찾아나가는가로 귀결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결국 국민(인민), 주권, 대표로 표상되는 민주주의에서는 배제가 이미 전제되어 있으니, 이런 배제를 어떤 방식으로 참여로 전환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민주주의 이후가 아니라  도래할 민주주의, 이후의 민주주의라는 글쓴이의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민주주의는 이미 정해져 있는 무엇이 아니다. 우리가 만들어가야 하는 그 무엇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