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영화를 봤다.
황선미 원작의 소설을 워낙 재미있게 읽어서 온 가족이 다같이 보러 갔다.
물론 원작과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고, 어떻게 다를 것인가를 관심있게 보기로 했는데...
어떻게 다른가 보다는 여전히 이 작품이 감동적인가하는 생각을 하면서 보았다.
그런데 과연 어린이들이 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이해할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고,
어쩌면 이 작품은 어른들에게 더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해주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분위기를 무겁지 않게 해주는 수달, 달수의, 그리고 박철민의 목소리가 무거운 내용을 어느 정도 부드럽고 아이들의 취향에 맞게 해주었다는 생각을 했다.
이 작품의 그림도 좋고, 가족이 함께 보면 좋은 영화라는 생각.
여기서 잎싹이 이름을 짓는 모습은 이름을 통해 자기 정체성을 확보해가는 모습일테고. 즉 이름없는 존재에서 이름이 있는 존재로 다시 태어남은 자신이 누구인가를 깨우쳐가는 과정이고, 다른 존재들에게도 이름을 붙여주는 과정은 나와 함께 하는 남들은 누구인가를 깨우쳐가는 과정이라서 아주 중요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제목이 마당을 나온 암탉인데, 처음에는 잎싹이 양계장에서 탈출해 마당에서 사는 삶을 꿈꾼다. 이 때 잎싹이 꿈꾼 마당은 자유와 협동이 존재하는 공동체였는데, 그러한 공동체는 존재하지 않고, 이곳에서도 서열과 복종만이 있었다는 사실, 처음엔 추방이지만, 다음엔 스스로 마당을 거부하는, 즉 마당은 울타리가 쳐진 남의 통제에 길들여진 공간이라는 인식을 우리에게 주고 그래서 잎싹은 이 마당을 나올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마당을 나와서 진정한 자유로운 존재로 살아가는 모습, 그것은 나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존재도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잎싹의 최후로 말해주고 있다.
영화를 먼저 보든, 책을 먼저 읽든 관계 없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