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준 평전 - 지성과 역사적 상황
김용직 지음 / 일지사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김태준... 그의 이름을 대학에 들어가서 처음 들었다. 조선소설사를 쓴 사람이라는 사실. 

그 전까지는 그가 누구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우리 역사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좌익활동을 한 죄목으로 1949년에 총살을 당했고, 그에 대한 언급은 금기시되었기 때문이다. 나중에야 그에 대해서 연구하고 언급하는 것이 허용되었지만 말이다.

그 때 그의 이름을 듣고, 그의 책 이름을 듣고, 그것이 20대에 쓰여진 책이라는 얘기를 듣고, 와, 나는 언제 저렇게 되나? 과연 나는 20대에 그럴 수 있나? 하는 생각, 부러움을 가졌었다. 

우리의 20대는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는데, 지금의 20대도 역시 공부와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들고, 진정한 공부가 무엇인지 생각할 여력도 없으니, 그 때나 지금이나... 그렇다고 그런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없지도 않으니...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김태준이 살아갔던 그 시대도 공부에만 집중하기엔 상당히 문제가 있었던 시기였다. 일제시대, 조국을 상실한 상태에서 공부에만 집중한다면 그건 무언가 문제가 있는 상태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업적을 남겼다면 그는 이런 시대 상황속에서도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정하고 있었단 얘기가 된다. 

사회에 굴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일을 개척해나가는 모습, 그것이 바로 진정한 지식인의 모습이지 않겠는가. 

그가 국문학계에서 큰 업적을 남겼지만, 그 업적은 그가 장년이 되어서 더 발전되지 않는다. 발전시킬 사회적 상황도 아니었고, 그의 지식인으로서의 모습이 그런 사회의 모습 속에서 학문에만 안주하게 하지도 않았으리라. 

김용직이 쓴 이 김태준 평전은 더이상 자료가 유실되고 전해지지 않을까 걱정하여, 김태준에 관한 온갖 자료들을 수집하고, 분석하여 간단한 인물의 이야기라고 하기보다는 그에 관한, 또 그가 살았던 시대, 함께 했던 인물들에 관한 총체적인 정리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시대 순으로 내용을 전개하되, 김태준 주변의 이야기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단순한 평전이라기보다는, 예전 김윤식의 이광수와 그의 시대처럼, 이 책도 김태준과 그의 시대라 할 정도의 방대한 책이다. 

초반기 국문학자로서의 업적과 한계를 나름대로 자료를 구체적으로 분석하여, 또 현대 이론의 성과까지 참조하여 내용을 전개하고 있으며, 그가 학자로서 활동을 하지 못하고, 남로당의 핵심인물로서 활동하는 후반기에는 그의 주변 인물들까지 다룸으로써 그 시대를 생생하게 살려내고 있다. 

이 책에는 김태준의 공과가 고스란히 실려있다고 봐도 좋으니, 국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현대사를 공부하는 사람도 읽으면 좋겠다. 굳이 이런 전공분야가 아니더라도, 이 시대에 지식인으로서, 아니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역사에 부끄럽지 않을까 고민하는 사람이 읽으면 좋은 책이다. 

한 시대, 그 격랑의 시대를 온몸으로 살다 간 김태준...  

우리는 한 지식인의 더 큰 업적을 그의 죽음으로 보지 못했고, 이데올로기에 희생당한 한 사람의 죽음이 결국 우리나라 문화 수준, 지적 수준을 가리킨단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다른 이념을 지녔다는 이유로 사장되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덧말 

김태준에 관한 전문서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에서 눈에 거슬리는 구절들이 있으니... 

47쪽 4번째 줄 학생들은 고종의 인산날... 6.10만세 운동은 순종의 인산날이니... 고종을 순종으로 바꾸어야 하지 않나? 

160-161쪽 조선한문학사를 설명하고 있는 부분인데... 160쪽의 밑에서 8번째 줄 조선소설사에 임한 의식은 조선한문학사에 임한 의식으로 바꾸어야. 또 161쪽의 6번째 줄 조선소설사 역시 조선한문학사로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212쪽 10번째 줄 도남은 1983년 중반기부터... 이건 도남은 1938년 중반기부터여야 할 거고 

322쪽 44년 3월 백철 부부가 ...이육사를 발견했다 고 했는데... 328쪽에 보면 1943년 당시의 경성에서 체포된 다음... 다음해...1월 16일 ..감방에서 절명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백철 부부가 육사를 만난 것은 43년이 아닌가. 44년에 죽은 이육사를 만났을 리도 없고...이 두 쪽에서 연도가 헷갈린다.    

뭐.. 소소한 오탈자야 그렇다치더라도, 이런 문제는 바로잡아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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