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이 있는 학교건축
크리스티안 리텔마이어 지음, 송순재 외 옮김 / 내일을여는책 / 2005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학교 건물에 대한 책이다. 학교 건물이 학생들의 인성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따라서 학교 건물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이건 과학적으로 증명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이미 실생활에서 느끼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아이들의 성향이 부정적이면, 쟤네 가정에 문제가 있을 거야 하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환경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도 어떻게 학생시절 무려 12년, 대학까지는 16년을 지내는 학교 건물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가. 

다른 나라에서, 러시아나 독일, 네덜란드 같은 나라들에서는 오래 전부터 학교 건축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하고, 이 책은 그러한 관심을 촉발하고 정리한 책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저자의 말처럼 한국의 상황에서도 이것이 똑같이 적용되지는 않겠지만, 우리나라 학교 건축에 응용이 가능하다고 본다. 

최근에는 교육내용뿐만이 아니라 학교의 외형에도 관심을 가진 건축가들이 늘고, 교사들도 늘고 있으니, 조금씩은 좋아지지 않을까 하지만, 좋아지기 위해서는 학교와 관련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학교를 고치거나 새로 지을 때 구경꾼으로 남지 않고, 적극적인 참여자가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시사하는 점이 많다. 

다만 우리나라 현재의 상황에서 학생은 학교의 주인이 아니고, 교사도 학교의 주인이 아니고, 학부모도 학교의 주인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범위를 좁혀서 학생만 생각해도, 학생은 학교의 주인이 아니다. 도무지 자신들이 학교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우리 학교 다닐 때 생각해 봐도 쓰레기를 버리지 마라, 학교 기물을 파손하지 마라 등등 얼마나 많은 잔소리를 들었던가. 

이런 잔소리는 학생들이 학교를 잠시 머물다 가는, 자신과는 관계가 없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학생들은 수업으로부터, 앉는 자리, 자기가 지낼 반, 담임이나 교사들, 학년 등등에서 무엇하나 선택할 수가 없다. 즉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기에 책임도 지지 않는다. 그러니 학교에 대한 주인의식이 있을 리가 없다. 

주인의식이 없으니 학교 공간에 관심이 있을 리 없고, 학교 공간에 관심이 없으니 학교를 적대적으로 여기고, 학교의 여기저기에 상흔을 남기게 된다.  

이런 점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학교의 공간은 학생들의 정서에 맞아야 한다. 정서에 맞고, 정서를 함양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한다. 

무작정 짓고 마는 토건이 아니라, 사람과 건물과 자연이 함께 어울어지는 건축이 되어야 한다. 그런 건축이 되었을 때 학생들은 편안함, 행복함을 느낀다. 

직선과 곡선의 공유, 열림과 닫힘의 공존, 규칙과 변통의 조화 등 

건물 속에서 발견해내는 이러한 모든 것들이 학생들의 지성과 감성에 작용을 하게 되고, 단지 주어지기만 하지 않고,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학교 공간은 학생들에게 주인의식을 갖게 해, 더 책임있는 시민으로 자라나도록 할 수 있다. 

많은 것들이 교육내용뿐만 아니라 교육외적인 요소라 하는 건축물에서도 작동한다고 보아야 하는 것이다. 

리텔마이어는 이를 나름대로 객관화시켜 내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부록에 실린 송순재의 두 편의 글은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건축이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교육는 백년지대계라고 말로만 하지 말고, 이제는 건축가들이 이렇게 학교 건축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시민들도 그냥 학교가 지어지는구나 하지 말고, 자신의 아이가 다닐 학교 건축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해야 학교가 산다. 교육이 산다. 아이들이 산다. 

그러면 우리는 토건에서 벗어나 진정한 건축을 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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