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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라 하고 싶은 일을 하라 - 수도원에서 배우는 삶의 기술
페터 제발트 지음, 손성현 옮김 / 문학의숲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작은 제목이 수도원에서 배우는 삶의 기술이다.
그렇다고 종교적인 얘기만 있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오히려 종교적인 얘기보다는 삶의 기술, 삶의 방식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앞만 보고 달려오지 않았던가. 삶의 목표를 정하는데 있어서 잘못된 방향으로 잡지는 않았는가.
그런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책은 각 장의 제목만 붙여도 좋은 삶의 방식이 된다.
앞만 보고 달려 가는 사람들에게 잠시 멈추라고 이야기 하는 '정지 신호판을 든 사람들'
고요함으로 우리의 인지 능력을 자극해 우리의 감각을 활짝 꽃피우게 하는 '너의 작은 방에 머물라'
그래서 '목적지에 이르려거든 속도를 줄여'야 하고, 이런 느린 속도 속에서는 고요함이 찾아와 그 고요함은 '고요히 흐르는 강물이 화물선을 나른다'고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다른 존재를 '들으라, 낮추라, 받아들이라'고 하며, 이에 자신의 '건강한 삶, 건강한 영혼'을 지니고, '누구든 당신을 만나면 더 행복해지게 하라'고 한다.
이런 삶의 방식은 곧 '다른 모든 사람의 모든 것이 되'고,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우리 주면에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었던 바로 그 이웃을 사랑해야 하며, '이 세상 모든 것은 선물'이라는 자세를 지니면 곧 우리는 우리 삶을 '사랑하라,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된다고 한다.
무엇인가 쫓기는 듯한 삶에서 자신의 삶을 관조하고, 자신의 삶과 다른 존재의 삶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고, 모든 존재를 소중히 여기며 느리게 살아가는 삶의 방식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이다.
거대한 빙산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타이타닉호에 탄 듯한 우리 세상에 이러한 삶의 기술은 우리를 빙산과 부딪치는 위험에서 벗어나게 해 줄 것이다.
바쁠수록 돌아가란 말,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어가는 세상에서, 아날로그의 삶을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단 생각.
단지 좋겠다가 아니라, 우리 삶에 필수적인 요소라는 생각이 들게 한 책.
그런데 조용히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공간이 있을까. 물론 자신의 방에서도 할 수 있지만, 이런 수도원 같은 곳이 지금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오히려 자신의 삶을 성찰할 수 있게 해야 할 교회들이 이러한 성찰적 삶에서 더 멀어지고 있지 않은가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바벨이 성전(聖殿)에게
들을 귀 있는 자는 듣고,
볼 눈이 있는 자는 볼지어니,
내 실패를 문자로 남긴 까닭을.
하늘에 다가갈수록 하느님과 멀어지고
위로 솟아오를수록 지옥으로 내려가고
외양이 웅장할수록 영혼은 초라해지고
내가 살찔수록 백성은 수척해지니
하느님과 소통하고자 하던 나 자신이
백성들과의 소통을 막는 장벽이 되었으니.
낮은 데로 임하소서
하늘은 저 높은 곳에 있어
우리가 올라야 할 곳이 아니라
저 낮은 곳에 있어
우리가 내려가야 할 곳이라는 걸.
오를수록 나를 잃고
내릴수록 나를 찾고
하느님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저 높은 곳에서
말을 잃고서야 깨닫게 되었으니.
귀 있는 자는 듣고.
눈 있는 자는 보아라.
내 실패가 문자로 남은 까닭을.
자신이 스스로 자신의 삶의 방향을 찾아내야 한다.
그렇다고 장소만 탓할 수는 없다. 알았으면 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