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룩주룩, 좍좍 비가 내린다. 

시원하다. 창으로  빗방울들이 가끔 넘어오기도 한다. 상쾌한 기분이 드는데... 

갑자기 시집 한 권이 생각난다.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샀던 시집. 

그러나 시들은 결코 만만치 않았던 시집. 

허만하의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 이 표현이 마음에 들어서 샀었다. 그리고 이 시집의 제목이 어떤 시에 있나 한참을 찾았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비의 죽음이 아니다. 비는 수직으로 죽지만, 수평으로 살아나야 한다. 수직이 수평이 될 때 다른 존재들이 생명을 얻는다. 

이 수직의 비가 수평이 되지 못하고, 어딘가에 갇혀 죽음으로 끝나기만 한다면 이 세상은 삭막한 세상이 된다. 콘크리트로 덮여 있는 우리 사회를 생각해 보라. 얼마나 삭막한가.

비는 수직으로 떨어져 죽지만, 수평으로 새 삶을 영위해야 한다. 

이 비들이 땅을 촉촉히 적시고, 사람의 마음을 촉촉히 적시면 우리의 마음도 푸른 생기가 돈다. 

강을 가두어서는 안 되듯이, 비도 가두어서는 안 된다. 비는 수직에서 수평으로 존재 전이를 해야 한다. 

시원한 빗줄기... 

누구에게는 공포스런 빗줄기이겠지만, 이는 수직이 수평이 되지 못하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우린 이 수직의 비가 수평이 될 수 있게 하자. 그러면 이 수직의 비는 우리 맘에 닿아 수평으로, 새 생명으로 태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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