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 한 호흡 - 천재 안무가가 말하는 성공하는 조직의 첫 번째 습관
트와일라 타프 지음, 한세정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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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80년대 유행했던 서정윤의 홀로서기란 시의 첫부분이다. 이 부분이 맘에 걸렸었는데, 나는 늘 둘이 만나서 더 잘 설 수 있다고, 한자의 사람 인(人)은 결국 둘이 만나서 섰을 때 온전한 사람이 된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짐반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시의 첫 구절에 대한 생각을 바꿨다. 홀로 선 둘이란, 이미 뭔가를 이룬 자신의 정체성을 지닌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지니면서 남과 협력을 할 때 사람은 더욱 인간적인 모습을 지닌다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고 남과 만날 때 그 때는 서지 못하고, 오히려 남에게 흡수되어 자신의 정체성을 잃게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나 할까.  

이 책을 쓴 사람은 자신의 분야에서 홀로 선 사람이, 이미 홀로 선 다른 사람과 함께 할 때 훨씬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음을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경쟁, 경쟁, 남을 짓밟고 올라설 때 성공했다고 느끼는 사람은 이 책을 읽어야 한다. 남과 함께 할 때 얼마나 행복하고, 또 성공할 수 있는지를 이 책에서는 여러 가지 사례를 들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각 장의 제목들만 읽어도 좋다. 그 제목들을 이어서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도 훌륭한 읽기가 된다. 물론 각 장의 제목만 읽지 않고 내용을 읽으면 더 좋지만 말이다. 

협력의 중요성을 깨우치는 것 말고도 이 책을 읽으면 조금은 생소하게 느껴졌던 예술 분야를 친숙하게 받아들이는 장점이 있다. 특히 저자가 발레를 한 사람이고, 안무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에게 많이 친숙한 감독부터 가수 그리고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나온다.  

그리고 이들과 어떻게 협력을 했고,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가 잘 나타나 있다. 크로포트킨의 "상호부조론(만물은 서로 돕는다로 번역되기도 했다)"의 예술계 판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예술계에서 어떻게 협력이 더 좋은 성과를 거두었는가만을 말하는 책은 아니다. 예술분야 뿐만 아니라, 우리가 조직생활을 하는 전분야, 그리고 개인 삶을 풍요롭게 하는 전분야에 해당하는 책이다. 

읽고 생각하고 실천한다면 무한경쟁이라는 이 세계에서 협력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행복해질 수 있는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이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지 않은가. 우리나라 속담에도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베르베르의 '협동,상호성, 용서'라는 글에도 협동이 결국은 가장 좋은 성과를 나타낸다는 실험결과도 나와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이 책은 이 시대에 새로운 의미를 지닌다. 우리는 성과주의에 빠져 협동의 중요성을, 나를 풍요롭고 융성하게 하는 존재가 바로 나와 함께 하는 남이라는 사실을 잊고 지냈기 때문이다. 

'남'이라는 글자를 자세히 보면 '나'라는 글자 밑에 'ㅁ'이 있다. 경쟁을 우선시 한다면 이 'ㅁ'이 나를 끌어내리는 존재로 다가오게 되고, 협력을 우선시 한다면 이 'ㅁ'은 나를 받쳐주는 나를 좀더 돋보이게 하는 존재로 다가오게 된다.  

이렇듯 나와 남이라는 말을 해석함으로써 협력의 중요성을 우리말에서도 찾을 수 있지 않은가. 남을 또다른 나로 볼 때 그 때는 1+1이 2가 아니라, 3도 5도 될 수 있지 않겠는가. 남을 닫힌 존재로 보지 않고 열린 존재로 볼 때 나를 잃지 않고 더 큰 우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잘 알려주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한 구절, '예술이란 환상과 현실의 협력이다. 그리고 현실이란 언제나 문제투성이기 마련이다.' 

예술이란 말을 교육이란 말로, 정치란 말로, 경영이란 말로 바꾸어도 이 말은 유용하다. 환상을 꿈, 희망이라고 한다면 늘 무엇은 꿈과 현실의 협력이지 않겠는가. 더 나은 세상을, 더 나은 나를 추구하는 그러한 모습. 그것은 바로 협력에서 나온다. 여럿이 한 호흡, 그건 바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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