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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의 네 얼굴 - 군주론 너머 진짜 마키아벨리를 만나다 ㅣ 한겨레지식문고 7
퀜틴 스키너 지음, 강정인.김현아 옮김 / 한겨레출판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마키아벨리하면 목적만이 중요한, 수단의 정당성을 무시한, 비도덕적인, 냉철한, 피도 눈물도 없는 이라는 말이 떠오르고 마키아벨리즘 하면 도덕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정권을 탈취하고자 하는 집단이 지니고 있는 사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이렇게 마키아벨리가 안 좋은 의미로 각인되어 있었을까?
그 원인은 피상적으로 알려진 군주론에 있지 않을까? 군주론에서도 몇 구절, 특히 군주는 사자와 여우의 모습을 지녀야 한다는 그 말로 인해 그는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사상가라는 소리를 듣지 않았을까 추측을 해 본다.
마키아벨리의 네 얼굴이라고 해서, 마키아벨리의 사상이 네 가지로 해석될 수 있나보다 하고 궁금해서 사 보았는데, 그건 아니고, 마키아벨리의 생애를 중심으로 네 부분으로 나누어서 설명해주고 있는 작은 문고본의 책이었다.
젊은 시절, 외교관으로 직접 정치의 현실에 뛰어들었던 그와 메디치가가 공화정을 무너뜨리고 집권을 하자 쫓겨가서 재기를 위해 군주론을 집필한 정치사상가로서의 그와 자신이 인정받지 못하자 로마의 역사에서 자유주의 특히 공화정에 관심을 가지고 로마의 역사를 자신이 살고 있는 피렌체의 역사와 연관지어 사상을 펼쳐간 역사-정치사상가로서의 그와 메디치가의 돈으로 피렌체의 역사를 서술해간 역사가로서의 그가 이 책에 나와 있는 네 얼굴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갈공명이 자꾸 생각이 났다. 공명도 유비라는 군주를 위해서, 그 군주가 정권을 잡기 위해 온갖 방책을 내놓지 않았던가. 그 방책 중에는 도덕적인 것도 있지만, 정권을 잡기 위해 비도덕적인 수단을 써야 하는 방책도 있지 않았던가. 공명의 최우선 정책은 유비의 집권이었지, 백성의 안전이 아니었다. 물론 백성을 위한다는 명분을 앞세웠지만 말이다. 그리고 공명은 유비를 위해서 최선을 방책을 제시해주고 있다. 이쯤되면 마키아벨리와 공명이 뭐가 다르지?
한 명은 군주에게 발탁되어 자신의 정책을 펼친 성공한 사상가이고, 한 명은 결국 발탁되지 못하고 자신의 정책을 책으로만 남기게 된 실패한 사상가라는 차이가 평가에도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친다고 봐야 하나? 그게 아니라면 왜, 공명은 그토록 긍정적인데, 마키아벨리는 부정적인 인물의 대명사가 되었지? 이런 생각만 들었다.
이 책의 저자 퀜틴 스키너가 언급하는 마키아벨리는 공동선, 공공의 이익을 꽤나 심각하게 고민하고 이를 개인의 이익보다 우선에 놓는 공화주의자이기 때문이다. 공화정이 어떻게 해야 유지될 수 있나를 논의하고 있다고 이 책의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마키아벨리를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단 말이지. 이 사람의 주장을 단지 군주론의 몇 구절로 파악하면 안 되고, 로마사 논고나 피렌체사를 군주론, 전술론과 함께 읽어야 한단 말이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만약 이 때 이탈리아, 아니 피렌체의 지배자가 마키아벨리를 기용하여 그의 정책을 따랐다면 그도 지금처럼 사악한(?) 인물의 대명사가 되지 않고, 공명처럼 위대한 정책가로 이름을 날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 이건 내가 이 책을 잘못 읽은 건가?
군주론, 전술론, 로마사논고, 피렌체사(이게 번역되어 있나? 그건 모르겠다) 시간을 한 번 읽어보고, 나름대로 마키아벨리란 사람 정리를 해봐야겠다.
하지만 스키너가 정리를 워낙 잘해서인지, 읽으면서 자꾸 우리나라 정치 현실이 떠올랐고, 마키아벨리의 분석이 현재도 상당히 타당성이 있겠구나, 그의 정책을 지금도 받아들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 이거 책을 잘못 읽은 건지, 잘 읽은 건지 모르겠다.
단, 지금껏 지니고 있었던 마키아벨리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점검할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마키아벨리 책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단 점에서 이 책은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