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세트 - 전10권
나관중 지음, 황석영 옮김, 왕훙시 그림 / 창비 / 2003년 6월
평점 :
품절


아는 사람이 한 때 그랬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지를 읽혀서 그게 문제라고. 

왜 문제냐고 했더니 하는 말이, 삼국지에는 옳고 그름보다는 줄을 잘서야 한다는 교훈밖에는 얻지 못한다고 그래서 읽히면 안된다고 했다. 

삼국지를 잘 읽어보면 한 번 모신 주공은 죽을 때까지 그 사람이 잘하든 못하든 모셔야 하고, 그들은 주공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주공의 명령에 무조건 따르는 것을 신의라고 여기고 있으니, 이렇게 한 번 선 줄은 바꾸기가 힘드니 줄서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소설이 삼국지라고 했다. 이 말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니, 삼국지, 이건 소설로 쓴 정치사다. 

정치에서는 굳이 마키아벨리를 빌리지 않더라도 도덕보다는 권력을 장악하려는 술수가 중요하다. 도덕은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많이 도덕적이라는 유비도 결국은 도덕을 권력 장악을 위해서 뒤로 미루거나, 또는 권력장악을 도덕이라는 이름으로 행하고 말지 않던가. 

그렇다면 왜 우리들은 삼국지에 열광하는가. 

온갖 인간 군상들이 어떻게 권력을 향해서 나아가는지가 장대하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 장대한 싸움이 흥미를 끌고,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한다. 

한 번에 죽 다 읽고나서 무엇을 얻을까? 

유비 쪽에 관심을 두고, 어떻게 그가 천하통일에 실패했는가를 반추하면서,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할 수도 있고, 조조 쪽에 관심을 두고 읽으며, 그가 한 때 권력을 쟁취했지만, 그 후손들이 어떻게 똑같은 방식으로 당하게 되는가 관심을 두고 읽을 수도 있다. 

아니면 제갈량에 중점을 두고, 천하를 손바닥 알듯이 알고 있는 그가 어째서 천하통일을 이루지 못했는지, 제 아무리 똑똑해도 제대로 된 주인(어른)을 모시지 못하면 그 뜻을 펼 수 없음을 생각하며 읽을 수도 있다. 

이게 삼국지의 장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백성들의 입장에서 삼국지를 읽으면... 

예전에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무슨무슨 계다 하여 보스정치가 이루어진 적이 있었고, 지금도 무슨무슨 계다 하여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한 사람 밑에서 그 사람을 위하여 정치를 하는듯한 인상을 주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이야 정권이 목표이니, 유비, 조조, 손권을 중심으로 이 책을 읽는다 하여도 할 말이 없지만, 일반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누구에게 중심을 두고 읽어야 하나 그런 생각을 했다. 

삼국지에서 이 영웅들의 잔치에 가장 피해를 보는 쪽은 힘없는 사람들, 즉 일반 백성들, 그리고 그 가족들 아니던가. 

국민들은 누가 정권을 장악하냐에 따라 자신들의 운명이 달라짐을 이 책을 통해서 읽어내야 한다. 영웅이라고 하는, 정치가라고 하는 그들은, 국민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정권을 장악하려함을 읽어낸다면... 몇 년에 한 번 돌아오는 국민들의 권리행사,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됨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정치자들에게 백성은 물과 같아서 배를 엎을 수도 있다고 한 성현을 말을 명심하게 해야 한다.   

삼국지, 여전히 재미있다. 생각할 거리도 많다. 이번에는 백성들의 입장에서 어떤 영웅(정치가)이 진정 백성을 위할 수 있는지 생각하면서 읽어보았다. 차라리 전쟁을 가장 적게 한 손권이 낫지 않을까. 

여러 차례 명분을 위해 전쟁을 일으킨 제갈량은 정치가 입장에서는 위대할지 몰라도 일반 백성들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을 힘들에 만든 장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읽었다. 좋은 정치는 백성들이 마음 편히 제 삶을 살아가게 하는 것, 결국 자신들을 드러내지 않고 백성들의 삶에 스며드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삼국지 읽을 때 삼국지에서 '-들'로 뭉뚱그려 나타나는 사람들 처지에서 읽어보자.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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