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70세 사망법안, 가결
가키야 미우 지음, 김난주 옮김 / 문예춘추사 / 2025년 3월
평점 :
가히 제목부터 충격이다. 70세 사망 법안 가결이라니... 사람이 70세가 되면 누구든 막론하고 죽어야 한단다. 그것이 법이란다. 예전 고려장만 해도 살기 힘든 집안에서만 일어났던 일인데... 무슨 전제국가도 아니고, 이러한 법안이 통과되었단다.
세상은 난리가 난다. 아니, 법안이 가결된 나라에서 난리가 나고, 다른 나라들은 그 추세를 지켜보기로 한다. 고령화 사회, 고령 사회로 접어드는 나라들은 더더욱.
하지만 이 법은 2년의 유예 기간이 있다. 2년 뒤부터 시행된다. 그때 70세가 되거나 넘은 사람들은 모두 죽어야 한다. 이에 대한 찬반 토론이 많다. 또 세대별로 이 법에 대해서 찬반이 갈린다. 현실에서 이런 법안이 발의가 될 수 있을까? 또 발의했다고 통과될 수 있을까?
그야말로 집단학살인 이 법이? 그런데, 정말 이런 법이 통과된다면? 그때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세대별로 극렬한 갈등이 일어날까?
이런 생각을 하기 전에 왜 이런 법이 발의가 되고 통과될까를 생각해야 한다. 결국 먹고사는 문제와 인간다운 생활의 문제로 귀결된다.
국가 경제의 불안정성, 젊은 세대의 취업 문제, 늙은 사람들 부양 문제, 여기에 연금 등 각종 복지 재원에 관한 문제...
일하는 세대가 일하지 않는 (못하는 ) 세대를 부양해야 하는데, 일하는 세대가 부담하기에는 일하지 않는(못하는) 세대가 너무도 많아지는 현실. 국가는 재정난에 허덕이게 되고, 여기에 국가가(사회가) 부양의 책임을 가정에 맡기는 현실 속에서 이러한 법안이 제출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작가는 여기에 한 가정을 중심으로 이 법안이 통과된 이후, 그들의 삶을 보여준다.
우선 대상자인 할머니 '기쿠노'는 몸이 좋지 않아 홀로 움직일 수 없다. 집 안에만 있는다. 이런 기쿠노를 며느리 '도요코'가 전적으로 돌본다. 수시로 불러대는 기쿠노의 호출에 도요코는 견딜 수가 없다. 도무지 쉴 틈이 없다. 그런데 남편인 시즈오도 딸인 모모카도, 아들인 마사키도 함께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오로지 도요코의 몫이다. 대학까지 나왔음에도 전업주부로 살아온 도요코. 시어머니 봉양에 몸도 마음도 지쳐가지만, 2년 뒤면 여기서 벗어난다는 생각으로 버틴다. 자신도 15년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한데 남편이 이 법안이 통과되자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잘 보내고 싶다고 퇴직을 2년 앞당긴다. 그러면서 해외여행을 가버린다. 혼자. 도요코와 함께가 아니라.
명문대를 나온 아들은 회사에서 인간관계에 문제가 생겨 퇴직하고 다른 일자리를 찾아보나 도무지 취업이 되지 않는다. 3년째, 구직활동만 하고 있으니, 집 안에 틀어박혀 사는 것이 일이다. 그럼에도 할머니 수발을 전혀 들지 않는다. 아니, 밥조차도 엄마가 가져다 줘야 먹는다.
딸은 이런 현실을 견디지 못하고 독립해 산다. 그런데 딸 역시 정규직으로 취업하지 못하고 비정규직으로 취업하는데, 다니는 곳이 노인돌봄시설이다.
결국 도요코는 집을 나가고 만다. 자신의 삶을 찾으러. 이때부터 이 집에서 일어나는 일. 그렇다. 혼란 자체. 하지만 차츰 자리를 잡아간다. 집에서 도요코가 얼마나 힘든 일을 했는지, 또 자신들 또한 아버지가 보이는 가부장적인 모습과 다를 바가 없었다는 사실. 이는 다른 인물들을 통해 깨닫게 되는데, 여기서 집안일을 하는데 남녀를 구분하고, 할 일 못할 일을 구분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나만 힘든 것이 아니라 모두 힘들다는 것. 그리고 집안일은 네 일 내 일이 아니라 우리 일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도요코의 가출로 깨달아간다. 그러한 깨달음이 있어가는 중에 총리가 법안을 철회하겠다고 한다.
왜? 총리의 법안 제출은 충격요법이었다. 그가 법안을 제출한 이유는 '70세 사망법이 생겨서, 노후를 걱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뭘 의미하는지 뼈에 사무치도록 깨달았을 겁니다.'(349쪽)에 나타나 있다.
그렇다. 결국 이런 법은 눈 앞의 이익을 쫓는 정책이 아니라 장기적인 시각에서 내세운 정책을 국민들에게 지지받기 위한 방편이었던 것이다.
이 법을 2년 간 유예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물론 모든 법을 통과 직후 발효되지는 않고 유예기간을 두는 경우가 많지만.
국민들이 노후 돌봄을 고민하지 않게 될 때 무슨 일이 생길지, 그것은 미래 걱정을 접어두고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아야지 하는 자세를 지니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기 위한 조건이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가정에서는 네 일 내 일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이라고 함께하는 것이고, 복지를 개인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책임져야 하며, 노동에서는 워라벨을 살릴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한 정책이 시행된다면 노후 걱정을 덜고 현재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이를 작가는 70세 사망 법안이라는 극단적인 법이 한 가정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결국 늙었다고 죽어라가 아니라, 또 집안일은 여자가 해야 한다가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서는 온갖 불의한 일에도 참아야 한다가 아니라, 합당한 노동 조건, 또 함께하는 가사일, 그리고 서로 존중하는 문화가 확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도요코 역시 마찬가지다. 집 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집을 떠남으로써 자신 역시 사회에서 할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결국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소설의 말미에 있는 총리의 말, 그리고 그에 호응하는 의원의 말에 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의 일은 앞으로가 시작입니다. 오래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회를 반드시 실현해야 합니다.'
'옳은 말씀! 몸이 늙고 병들어 누군가가 도와줘야 하고 또 수발을 받아야 하는 미안함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게 중요하죠. 그렇지 않고는 행복한 노후라고 할 수 없으니까요.'(351쪽)
반전, 그리고 도요코 집안 사람들 주변에 있는 인물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서 기존 가정에서 일어났던 부조리한 일상에 대한 반성을 하게 하고, 또 70세 사망 법안을 통해 사회가, 국가가 어떠해야 하는지,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정책이 필요한지를 생각하게 하고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최근 우리나라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대중교통 무료 이용의 나이를 65세에서 70세로 올리자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나이 든 사람이 무료로 이용함으로써 예산을 쓰게 한다는 말들... 이 말들이 나이 든 사람에게는 미안함 또는 남에게 기생해서 살아간다는 느낌을 주지 않을까. 그런 사회가 과연 좋은 사회일까?
그렇게 하지 않게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정책이 무엇인가? 이 소설에서 총리는 바로 '증세'를 꺼내들었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감세, 감세'하면서 '증세'를 하면 안 되는 듯한 정책을 펴고 있는데...
사회가 자신을 책임져 준다는 믿음이 있다면, 또 내가 누리는 부가, 소득이 나만의 노력으로 된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했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다면, 세금이 는다는 것에 대해 저항감이 들지 않을 텐데...
총리의 말,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 또 행정가들에게 전달하고 싶다.
'지금까지 장기적인 시각에서 내세운 정책은 하나 같이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했습니다. 눈앞의 이익을 쫓는 정책만 지지를 받아왔습니다. 그때그때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말하자면 일시적인 장밋빛 인심 쓰기 정책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이제 눈을 떴어요. 더불어 최저임금도 대폭 올릴 겁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법으로 제정해서요. 따라서 파견 노동자와 시급제 노동자의 임금이 대폭 상승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직장을 옮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겠죠, 싫어서 하고 싶지 않은 일인데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어쩔 수 없이 일하는 국민들이 많으니까요. 정년까지 참고 견디는 인생이 사라진다는 것은 노동시장이 유동적으로 변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35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