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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결혼생활
임경선 지음 / 토스트 / 2021년 3월
평점 :
복잡하게 불행하고, 복잡하게 행복한 결혼.
이 말처럼 결혼에 딱 들어맞는 말이 있을까? 복잡하게 행복하고, 복잡하게 불행한 결혼이라니... 그렇게 결혼은 한 마디로 정리할 수가 없다. 행복하다고도, 불행하다고도. 저마다 자신만의 결혼 생활을 하고 있으니, 다른 사람의 결혼 생활에 대해 남들이 이러쿵 저러쿵 말하기도 힘들고.
또 자신의 결혼 생활에 대해서도 행복하다고만 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불행하다고만 말할 수도 없는, 어떤 때는 행복에 겨워 결혼 잘했다고 하다가도, 어떤 때는 불행하다고 내가 왜 결혼했을까 라고 절규하기도 하는 그런 생활. 그것이 바로 결혼 생활 아닐까.
이 결혼 생활을 '쇼윈도 부부'라는 말처럼 남 앞에서는 행복한 양, 결혼을 너무도 너무도 잘한 양 포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겉으로 보이는 행복이 과연 행복일까? 사람들은 그런 모습 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부분을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또 어떤 부부는 우리처럼 살아라고 하는 듯하기도, 또 우리처럼 살지 마라 하는 듯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임경선은 이렇게 말한다.
'한 부부의 결혼 생활이 다른 부부에게 본보기가 되려는 것처럼 사악하고 위선적인 것은 없다.'(127쪽)
그렇다. 부부 생활은 저마다의 생활이다. 다 다르다. 다 다르기 때문에 평범하다. 모두가 같은데 특이한 몇몇만 다르다면 그런 부부 생활을 비범하다고 하겠다. 하지만 부부 생활은 다 다르기에, 도무지 무어라 하나로 정리하기가 힘들기에 모두 평범하다.
이 평범은 다르다는 점에서, 각자의 부부 생활은 개성적이고 독특하다는 점에서 또 불행하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다는 점에서 평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내 결혼 생활만 평범한 것이 아니다. 모두 평범하다. 이 말을 다르게 해석하면 모두의 결혼 생활은 독특하다. 그러므로 내 결혼 생활도 남들과 같을 수 없고, 내 결혼만의 독특함이 있다는, 비범한 결혼 생활이라는 점에서 평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각자 독특하고 비범해서 평범한 결혼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작가는 자신의 결혼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여기에는 남에게 부부란 이런 것이다. 결혼은 이래야 한다라는 훈계가 들어가 있지 않다.
그냥 20년 간 살아온 자신의 결혼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것을 보면서 아, 나도 저런 결혼 생활을 해봤으면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다, 저렇게 사는구나. 하나로 정리될 수 없는, 각자의 문제를 안고 사는구나. 그게 결혼 생활이구나 하면 된다. 그러면서 자신의 결혼 생활을 어느 하나로 정리하려는 생각을 버리면 된다.
저자의 말처럼 '결혼 생활이란 무엇보다 '나와 안 맞는 사람과 사는 일'이'(8쪽)기 때문이다. '나와 안 맞는 사람' 이게 핵심이다. 나와 똑같은 사람이 아니다. 세상에 나와 똑같은 사람하고 평생을 함께 지낸다면 행복할까.
인간에겐 적당한 비밀이 있어야 하는데, 똑같다면 비밀이 있을 수 있을까? 당신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라는 말이 얼마나 자신을 구속하겠는가. 다 알아서 무엇을 하려고? 때로는 모르는 것이 약일 수도 있고, 알면서도 모르는 척할 수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결혼 생활 아닌가.
이러한 복잡함. 그것이 결혼 생활이니, 누가 그랬다지.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하는 것이 결혼이라고... 어떤 쪽이든 자신의 선택이니, 선택에는 후회가 따를 수도 있다. 다만, 그 후회 속에 잠기는 것이 아니라 후회를 뒤로 두고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결혼 마찬가지다. 완벽한 둘이 만나는 것이 아니다. 부족함이 있는 사람들이 만나 그 부족함을 안고 함께 살아가는 것이 결혼 생활이다.
'누군가에게 의지할 줄 모르는 사람은 알고 보면 무척 쓸쓸한 인간이라는 것을 살면서 불현듯 깨달았다.'(118쪽)고 저자는 말하는데, 이것이 바로 결혼 생활이다.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 있는 것. 의지하는 것.
또 누군가가 의지할 대상이 되어주는 것. 이렇게 때때로 - 늘이 아니다. 분명 의지하고 의지하게 하는 것은 때때로 여야 한다. 늘 하게 되면 그 결혼 생활도 힘들어진다 - 서로의 존재를 온몸으로, 온마음으로 느끼는 것. 그것이 결혼 생활 아닐까.
그러니 결혼은 복잡하게 행복하고, 복잡하게 불행한 것이다. 다만, 불행보다는 행복할 때 쪽으로 더 기우는 것이 결혼 생활을 지속하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만.
저자의 결혼 생활을 엿보는 재미, 그러면서 자신의 결혼 생활, 결혼에 대한 생각, 상대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읽기를 할 수 있는 책이다.
결혼 생활이라는 어쩌면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툭툭 치듯이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결혼한 사람이든, 결혼을 앞둔 사람이든, 아니면 결혼에 대해 생각이 없는 사람이든 읽어도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