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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장애사 -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장애와 그 공존의 역사
정창권 지음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 2026년 8월
평점 :
우리 역사는 분리, 배제가 아닌 통합과 공존을 이루는 사회의 역사다
우리나라가 장애/비장애로 나누고 차별하는 사회였던가? 서양의 관점에서 우리나라는 과거에 장애인을 위한 교육을 하지 못했다 하고, 근대화가 된 이후에야 비로소 장애/비장애 통합교육이 실시되었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인권 개념이 근대에 들어 확립되었고, 근대화란 곧 서양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니, 이 틀에 의하면 장애/비장애 통합교육 역시 우리 과거 역사에서 찾기보다는 근대 교육에서 찾으려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장애인을 차별하는 문화가 역사적으로 지속되어 왔을까? 저자는 아니라고 한다.
역사 속 인물들과 자료들을 토대로 우리나라 역사는 장애/비장애의 통합교육, 통합 사회였지, 장애/비장애를 구분하고 분리, 배제하는 사회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본래 역사적으로 한반도에는 몸의 다름을 결함으로 여기면서 사회적으로 배척하려는 의식이 별로 없었을 뿐더러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데 어울려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통합 사회를 이루고 있었다.'(5-6쪽)
어라, 우리나라가? 정말? 그렇다면 장애/비장애의 통합교육, 통합 사회가 서양의 문화로 우리가 뒤늦게 받아들인 것이 아니었어? 이런 주장을 하는 근거가 무엇이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동안 인권이라는 개념은 우리나라 전통에서 찾기보다는 서양에서 도입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왜 이런 생각이 들었을까? 저자는 '장애를 전생이나 조상, 하늘의 죄와 연결시켜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담론은 개화기에 본격적으로 유행한 것이며, 그것은 기독교의 장애관이 불교적 인과응보설의 외피를 입거나 서로 결합되어 출현했던 것으로 보인다'(39쪽)고 하고 있다.
그러면서 책의 뒷부분에 가면 이러한 장애/비장애의 구분과 부정적 장애관을 확산시킨 신문이 [독립신문]이라고(288쪽) 하고 있는데... 독립신문을 창간하고 운영한 사람들이 미국식 사고를 받아들였고, 조선의 것은 미개한 것이라는 인식을, 그래서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을 신문을 통해서 했다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000과 다름 없다는 식의 비유로 장애를 언급했으니, 이런 비유를 통해서도 장애는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장애/비장애를 구분하고 분리, 배제하는 의식은 개화기를 거쳐 일제시대에 강하게 나타났다고 할 수 있으니, 장애/비장애를 구분하고 분리하는 것이 우리의 전통은 아니었다는 저자의 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통합교육을 했음을, 장애인이라고 해서 다른 면에서 차별을 하지 않으려 했다는 것, 그것을 정승 자리에 오른 사람 중에 장애인을 예로 들어 보여주고 있다.
특히 지체가 부자유한 사람에게는 왕도 그가 벼슬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도움을 주어서라도(내관을 통해서 부축하게 한다든지, 가마를 타고 오게 한다든지 등등) 계속 벼슬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장애/비장애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고 인품과 능력으로 사람을 판단했음을, 그래서 사람의 판단 기준에 장애/비장애가 기준이 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서당이나 서원, 성균관에서도 장애/비장애의 구분 없이 통합교육을 했다고 한다. 이러한 통합교육과 더불어 장애인이 곤궁한 생활을 하지 않도록 제도로 뒷받침하려고 했다고도 하니...
이러한 역사를 안다면, 장애/비장애를 구분하고, 분리-배제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현대 사회가 오히려 과거의 우리나라보다 더 퇴보한 것이 아닌가 한다.
장애인을 위한 정책이 역차별이라고? 아니다. 가장 어려운 사람이 편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면 그 사회는 누구나 편안한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그것이 어찌 역차별이 될 수 있단 말인가? 당연한 일 아닌가. 신체의 차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게 하는 사회, 그런 사회를 지향한 것이 바로 조선을 비롯한 과거 우리나라였음을 저자는 여러 자료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저자는 인권이나 장애/비장애 통합교육은 동양엔 없었는데 근대화된 서양으로부터 온 것이라는 인식이 잘못되었음을, 오히려 반대로 우리는 장애/비장애 통합교육을 하고 함께 살아가는 통합 사회였음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점을 일깨워주는 것이 바로 이 책이고, 저자는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장애사는 분리-배제가 아니라 통합과 공존의 역사임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퇴계 이황 이야기가 이 책에도 나오는데, 그래, 조선 최고의 유학자 중 한 명인 퇴계의 부인이 장애인이었다는 사실. 그런 부인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배척하지 않고 함께한 사람이 퇴계임을...
그것이 훌륭한 인품을 지닌 퇴계라는 예외적인 인물의 일만이 아님을, 다른 여러 사람들을 통해서 알려주고 있으니, 우리 역사를 통해서 장애/비장애가 분리-배제의 요인이 아니라, 그냥 다름으로, 그 다름을 안고 함께 살아가야 하는 통합-공존의 사회가 되어야 함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