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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인류를 구원한다는 착각 - 실리콘밸리 억만장자들의 위험한 미래 설계
애덤 베커 지음, 박주용 옮김 / 동아시아 / 2026년 6월
평점 :
새겨들어야 한다. 이 저자의 말을. 이런 주장을 단순히 러다이트 운동과 같다고 하면 안 된다. 과학기술이 발달해서 되돌릴 수 없다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그것을 거부하는 것은 시대를 거스르는 행위라고 할 수만은 없다.
영어의 원문은 이런 제목이 아닐텐데, 번역자가 내용을 완전하게 정리할 수 있는 제목을 붙였다. '기술이 인류를 구원한다는 착각'이라고. 정말 잘한 번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원제목은 'MORE EVERYTHING FOREVER'라고 하는데, '기술이 인류를 구원한다는 착각'이라고 하니, 이 책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한 눈에 들어온다.
그렇다. 실리콘밸리의 기술주의자들은 기술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그들이 요즘 인공지능의 위험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속도를 늦추자고,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것 역시 저자에 의하면 기술주의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안전주의자들도 역시 인공지능이 개발되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다만 인간에게 위협이 되지 않도록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인공지능 개발에 속도를 내자는 쪽이나 속도를 늦추고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쪽이나 모두 인공지능 시대를 전제한다는 점에서는 다를 것이 없다고 한다.
특히 이들이 이렇게 나아가는 것이 과연 인류를 위해서일까? 저자는 아니라고 한다. 그들은 성장을 위해서, 무한한 성장, 그리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인공지능에 투자를 하고, 또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이야기하는 것도 인공지능에 더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런 기술에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류에게 이익이라는, 그러한 이익을 위해서는 현재의 위험은 그다지 크지 않다고 한다. 현재의 위험? 기후위기라든지, 경제불평등, 세계적인 분쟁 등등이 중요하지 않다고?
장기론자들의 관점을 이야기하는데, 그 관점이 통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들은 인류의 이익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먼 미래의 인간들까지 계산에 넣는다고 한다. 그래서 먼 미래의 인간까지 몇 조의 인간들에게 이익이 되는 일을 지금 해야 한다고.
그 미래의 인간들 이익까지 고려하다 보면 지금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들이는 노력보다는 기술에 투자하는 것이 더 인류를 위하는 일이라고... 나 참. 아직 오지 않은, 실현될지도 모르는 것을 계산에 넣고 지금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은 별것이 아니라고 하는 이 논리.
여기에 지구에 인간이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우주로 나아가야 한다고. 그러니 에너지 사용에 있어서 인간은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한다고... 이게 뭔가 했더니, 결국 성장주의다. 성장하지 않으면 침체고, 이것은 인류의 퇴보를 의미한다고.
과연 그럴까? 이 지구에서 우리가 계속 성장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는 것을 실리콘밸리의 기술주의자들도 알고 있다. 그러니 이들은 지구로 삶터를 한정하지 않고, 태양계 또 태양계 너머의 우주로까지 인간의 삶터를 확장한다.
아직 불가능하지만, 이들은 가까운 미래에 실현가능할 거라고 주장하면서, 그것이 인류의 살 길이라고, 지금 인류가 겪고 있는 문제들에 집중하는 것보다,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 더 인류를 위하는 일이라고 주장한다는 것.
화성에 인간을 보내겠다는 주장. 저자는 하나하나 근거를 들어 그것이 불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무한한 성장이 가능하지 않음도. 그러니 실리콘밸리 기술주의자들의 주장이 실현될 수 없음에도 그들이 그런 주장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를 탐구한다.
저자는 그것은 바로 '기술을 통한 구원이 제시하는 초월의 약속'(346쪽)이라고, '현실 세계의 어떠한 위기도 그들 머릿속 상상의 임무보다 중요할 순 없다'(347쪽)고 하면서 '식민지주의의 약탈적 논리는 우주에서의 기술을 통한 구원의 꿈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349쪽)고 비판하고 있다.
'기술을 통한 구원에는 만물에 대한 영원한 지배의 꿈과 함께 그 지배 권력을 이용한 '모든 한계 초월하기'도 포함되어 있다'(353쪽)고 하면서 '실리콘밸리의 기술 엘리트들이 지구를 버리는 상상에 빠져드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우주 식민지화는 불로장생을 위한 섭생, 10대들로부터의 수혈, 클라우드에 두뇌 올리기, 영생 비타민 같은 환상들과 찰떡궁합이다'(361쪽)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이 이렇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인문학, 철학 등에 대한 무관심을 넘어 무시하는 태도 등을 지적하고 있는데... 이것을 '인문부정'이라고 하는데, 이 '인문부정은 기술업계의 또 다른 하나의 고질병의 원인이기도, 결과이기도 하다'(379쪽)고 주장한다.
이런 인문부정이 낳은 그들의 사고방식은 무엇일까? 바로 공학자병이라고 하는데, 이는 한 분야(주로 STEM-과학,기술, 공학, 수학)에서 전문가가 되면 다른 모든 분야에서도 전문가가 된다고 믿는 병이라고 한다.
이들은 자신이 성공했기에 전문가고,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지, 믿지 않으며 오로지 자신들만이 옳다고, 따라서 인공지능 시대는 다가오고, 인류는 우주로 나아가야 하며, 영생을 곧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기술이 이룰 것이라고...
이것을 누가 주도하나? 실리콘밸리에서 기술로 성공한 억만장자들이 투자를 통해서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따라서 이들은 자신들의 성장을 위해서 이런 투자를 하는 것이니, 억만장자들을 용인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그것을 가장 간단하게 하는 것이 바로 세금인데...
이는 억만장자들의 성공은 개인만의 능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적인 것이 바탕이 되어 이루어진 것이니, 그에 대한 비용을 세금의 형식으로 지불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주장이기도 하다. 이는 능력주의에 대한 자연스러운 비판이고, 그렇게 거두어들인 세금으로 인류에게 필요한 다른 연구들, 정책들을 추진할 수 있을 거라고.
읽으면서 명쾌하다는 생각. 아, 그렇지 하는 감탄. 인공지능, 인공지능, 우주, 우주, 영생, 영생 하는 시대에 그런 주장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그리고 그것들이 얼마나 허상에 매달리고 있는 것인지를 구체적인 근거들을 통해 반박하고 있는 이 책.
이 책은 우리 역시 인공지능이라는 '집단 순응 사고'에 빠져 있지 않나 하고 되돌아보게 하고, 인공지능이 만능이 아님을, 우리 인류가 살아가야 할 곳은 이 지구이고, 이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문제들에 관심을 가지고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함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현대에 꼭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인공지능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또한 인공지능에 비판적인 사람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