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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전염 - 우리 안의 12가지 제노사이드 심리
이스라엘 차니 지음, 김상기 옮김 / 도서출판선인(선인문화사) / 2024년 6월
평점 :
지구에서 언제 폭력이 사라질 수 있을까? 인간이 지구에서 살아간 이래로 폭력이 없던 때가 있었던가? 개인 간의 폭력도 문제지만 집단 간의 폭력은 더 심한 문제가 된다.
집단, 특히 국가 간에 또는 국가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대량 학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또 그런 역사를 우리는 거쳐왔고.
국제협약을 통해 대량 학살을 방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하지만,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학살이 벌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학살을 막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 책은 이러한 학살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일어나는지를 살피고 있다.
아마 책을 읽지 않아도 대충 짐작을 하고 있는 원인들이 많겠지만, 이 책은 그 원인들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살피면서, 그렇게 하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문제는 개인이다라고 말하기는 쉽다. 물론 불법적인 명령에, 대량 학살을 하라는 명령에 거부할 수 있는 개인들이 많다면 대량 학살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대부분이 자신과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는 환경에서 자신의 생각을 관철하면서 살아가기는 힘든 존재다.
많은 심리학 연구들이 그 점을 잘 밝히고 있지 않은가. 환경에 따라 또 주변 사람들에 따라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그런 환경에서도 자신의 생각, 행동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자신의 신념을 밀고 나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데, 이 책에서 제시한 12가지 제노사이드 심리에 따르면 그것이 참 힘든 일이다. 따라서 이런 제노사이드 심리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개인도 깨어 있어야 하지만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제노사이드를 방지하는 교육, 제도가 필요하다.
또한 불법적인 명령을 따르지 않을 권리가 있음을 지속적으로 알려야 하고, 우리나라 비상계엄 사태 때 태업을 한 군인들, 그들로 인해 더 큰 불상사가 생기지 않았음을 생각하면, 이렇게 불법에 따르지 않을 권리, 책임을 교육할 필요성을 부정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12가지 제노사이드 심리는 무엇일까? 12가지 폭력의 기초들이라고 해서 제시하고 있는데...
1. 투사화
2. 권력 욕망
3. 비인간화
4. 권위 맹종
5. 무비판적 수동성
6. 방관자적 시선
7. 집단화
8. 권위의 남용
9. 이데올로기화
10. 희생양 만들기
11. 부정화
12. 극단주의와 허무주의
아마, 더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심리들인데, 그 중에 투사화라는 것은 '인생의 어떤 문제, 위협, 재난에 대한 책임을 타인에게 돌리는 총체적인 뒤집어씌우기'(87쪽)다. 한 마디로 잘못은 네(너희)가 했어라는 말이다.
권력을 추구하고, 권력에 복종하고, 그래서 남들을 인간이 아닌 존재로 규정하고, 그들이 사라져야만 자신들이 행복할 수 있다고 여기는 심리들... 이러한 심리들이 꼭 12가지를 모두 충족하지는 않겠지만, 이 12가지 중에 몇 가지만 겹쳐도 다른 존재들을 악마화하게 된다.
악마화, 이것은 상대를 없애야 한다는 행위로 나아가게 되니, 이런 12가지 심리에 감염되지 않았나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개인도 그러해야 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12가지 심리가 퍼져 있지 않아 감시하고, 그런 심리가 나타나지 않도록 교육과 제도를 통해 막아야 한다.
그래야만 대량 학살이 벌어지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이런 당위는 쉽게 말할 수 있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너무도 힘든 일이다. 분위기의 압박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을 키운다고 하지만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니까.
따라서 제도로 법으로 또 사회 분위기로 이런 심리들이 자리잡지 못하게 해야 한다. 민주주의가 다름을 인정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름을 인정하면 대화와 타협이 가능해지기 때문이고, 다른 존재를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다른 존재들을 사회가 용인하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을 때 대량 학살로 가는 이러한 12가지 심리를 방지할 수 있다.
이런 점과 더불어 이 책의 장점은 부록으로 이스라엘의 폭력성을 인정하고, 그것을 막기 위해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다는 점이다. 즉 대량 학살을 남의 일로만 파악하고 있지 않다는 것. 이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