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된 이상 포항으로 간다
정보라.최의택 지음 / 요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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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사기...


사기는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없는 사람을 더 없게 만드는 것이 바로 사기다.


하긴 사기를 치는 사람들은 있는 사람, 권력을 쥔 사람은 무서워서 건드리지 않는다. 오죽하면 권력층의 집을 턴 사람을 대도(大盜)라고 했겠는가? 그만큼 있는 자들에게 사기를 치는 일은 힘들다. 힘든 정도가 아니라 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 점을 보면 사기는 정말 나쁜 범죄다. 다른 범죄들도 나쁘지만 없는 사람을 더한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으니...


우리나라에서 최근에 벌어졌던 전세 사기 사건을 생각해 보라. 간신히 돈을 마련해 전세 들어 갔더니 사기란다. 전세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하늘이 무너진다. 그런데 솟아날 구멍이 없다. 이 솟아날 구멍, 사회가 국가가 해야 하는데... 과연 그러한가?


국가에 기대고자 하지만 국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사기를 당한 사람은 속절없이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이 소설, 포항 앞바다 유전 개발을 소재로 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이 유전 개발이 얼토당토 않는 일이었음이 밝혀진 지금, 작가의 말처럼 소설 속에서 벌어진 일들과 같은 일들이 벌어졌을 수 있다.


사기꾼들은 기회만 있으면 그 틈을 노리고 덤벼드니까. 이 석유 시추 사업은 최종 실패로 결정되었는데 만약 계엄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더 많은 돈을 투여하면서 계속 추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그렇다면 분명 사기꾼들이 달려들었을 테고, 많은 없는 사람들이 이 사기에 말려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소설은 개연성 있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물론 개연성이 있다고 해서 현실에서 그대로 일어난다는 말은 아니지만. 사건이 벌어지고 피해자들이 발생한다.


피해자라고 하지만 어정쩡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있다. 피해자임이 분명한데 누군가에게는 가해자가 되는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 보라. 이 보라에게 돈을 맡겼다가 다 날린 의택은 그야말로 경찰에서도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보라는 애매한 위치에 있다. (이들이 만나 주민등록증을 통해 본인들을 확인하기 전까지 메신저에서는 마이크와 존이라는 이름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의택(마이크)이 보라(존)에게 연락해 천안역에서 만나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 포항으로 가기로 한다. 포항까지 가는 길이 결코 쉽지는 않다. 결정적인 단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들이 그들과 맞설 어떤 힘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이들은 간다. 갈 수밖에 없다. 달리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까. 소설 속 의택의 말처럼 더 이상 내려가 밑도 없다고... 이들에게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말도 사치다.


결말보다는 이 과정이 소설에서 흥미를 돋운다. 어떻게 보면 가해자와 피해자 관계인 이들이 포항까지 가면서 맺게 되는 관계. 그렇다. 보라 역시 패해자이고 약자임을 의택은 안다. 또한 보라는 의택과 같은 사람에게 어떻게든 피해를 만회해줘야 한다는 책임을 느낀다.


이러한 감정들을 지니고 이들이 도착한 포항. 포항에서 만나게 되는 사건. 그리고 결말. 


한번 당한 사기 피해를 복구하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등장인물들을 통해서 알 수 있는데, 이들의 절박함을 이용하는 사기꾼들의 모습에 경각심을 느끼게 된다.


경쾌하게 진행되고 있기에 읽는 속도가 이들이 고속도로를 타고 포항에 가는 속도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게다가 포항에 도착해서 움직이는 과정의 묘사 속에 포항까지 가는 길에 있는 아름다운 바다가 보이는 국도를 만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이런 사기가 일어나지 않는 사회를 바라면서 읽게 된다. 이들의 여정이 우리에게 웃음을 주더라도 결코 사기 피해는 소설 속처럼 웃음을 주지는 않으니까. 그들이 겪는 고통이 너무도 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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