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들의 아침식사
커트 보니것 지음, 황유원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챔피언들의 아침식사라는 제목을 생각한다. 제목을 보고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예상한다면 소설을 읽으면서 당황할 수밖에 없다. 이게 뭐야 하는 생각이 들게 소설은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가 중구난방으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문구가 '어쩌고 저쩌고'다. 그렇다. 우리가 흔히 기타 등등이라고 하는 etc.가 소설에 나오기도 하니, 왜 이렇게 어쩌고 저쩌고 하는 걸까?


수많은 이야기를 이렇게 섞어 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런데 읽다보면 이야기가 연결이 되기도 한다. 작은 이야기들이 하나의 이야기를 이뤄가기도 한다. 그럼에도 제목이 특이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먹고 자고 싸기. 인간이라면 누구도 해야만 하는 일. 먹는 일을 제목이 대변한다면, 그렇다면 나머지는? 자는 일은 이 소설에서 찾기 힘든데 싸는 일은 찾기 쉽다. 왜냐하면 '어쩌고 저쩌고'만큼 특색있게 다가오는 말이 '우주의 똥구멍'이라는 말이기 때문이다.


등장인물의 말을 빌려보면 '이곳은 우주의 똥구멍이야(224쪽), 이곳은 우주의 똥구멍이 분명해요,'(265쪽)라고 한다. 똥구멍은 싸는 곳. 그러니까 먹는 것이 제목이라면 소설 속에 나오는 똥구멍은 싸는 곳이다. 무얼 싸지?


당연히 소화가 되지 않은 것을 싼다. 소화가 되지 않은 것? 과다 생산된 것. 필요 없음에도 필요하다고 광고해서 남들로 하여금 사게 하는 것. 그리고 곧 쓰지 않게 되어 쓰레기가 되어 버려지는 것. 버려진 다음 자연스레 분해가 되지 못해 인간에게 해를 끼치게 되는 것. 인간만이 아니라 지구에 더 해를 끼치는 것.


소설에서는 그러한 예가 많이 나오는데, 주인공인 드웨인과 관련된 일들이 그렇다. 그리고 미국이라는 나라가 이렇게 게걸스럽게 모든 것을 먹어치우고 싸버리는 나라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렇다면 챔피언들의 아침식사는 미국이라는 제국이 끝모를 성장을 추구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고, 우주의 똥구멍이라는 표현은 그렇게 성장, 성장하는 미국 또는 지구의 나라들로 인해 더욱 살기 힘들어지는 지구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들이 편하자고 썼다가 버린 것들이 어떻게 돌아오는지는 '트라우트는 슈거크리크의 범람을 막는 콘크리트 홈통에 자신의 예술적인 발을 담갔다. 그러자마자 수면에 떠 있던 투명한 플라스틱 물질이 발을 코팅했다. ... 한쪽 발을 물에서 꺼내자 플라스틱 물질은 공중에서 즉시 마르며 진줏빛의 얇고 타이트한 단화로 변해 그의 발을 감쌌다.'(302쪽)는 표현에서 알 수 있다.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피해는 잘 알려져 있으니, 보니것은 그런 미래를 선점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작가는 그때의 성장, 발전이 지닌 위험을 내다보고 있던 것이다. 그런 위험이 어디 플라스틱 뿐이겠는가. 그는 미국 사회가 지닌 많은 모습을 비판적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노예제에 대한 비판은 말할 것도 없고, 지금 인간이 그러한 노예 또는 기계와 별반 다름이 없음을 비판하고 있다.


그러니 이러한 미국 사회는 '우주의 똥구멍'일 뿐이다. 그것을 인식한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여전히 자신들이 먹는 것이 소화가 되지 않고 똥으로 변할 뿐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성장과 발전만이 우리가 살 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지구에서 여전히 권력을 쥐고 있는 현실이니, 우리는 여전히 우주의 똥구멍 속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똥구멍 속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곳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보니것은 비관적이었다가 생각을 바꾼다. 이 장면이 소설 속에 있는데,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예술이다. 


예술 역시 자본의 먹이로서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자본에 먹히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만의 고유한 성질을 잃지 않는, 기계로서 존재하지 않고 생각을 하게 만드는 역할을 함으로써 자신을 지킬 수 있음을 소설 속 인물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기도 하는데...


너무도 짧은 이야기들, 소설 속의 이야기와 작가가 직접 등장해서 자신의 등장인물과 대화하는 장면까지 사실주의 소설이라면 상상도 하기 힘든 이야기 전개방식을 택하고 있어서 낯설기도 한데... 그럼에도 비사실적인 표현이 사실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가 표현하고 있는 일들을 우리가 계속 겪어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다시 제목을 생각한다. 왜 이런 제목을 붙였을까? 자본과 성장이 결국 먹는 것과 연결이 된다는 생각이었을까? 작가가 어떤 생각을 지니고 이런 제목을 붙였는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무모하게 먹어치운 것들이 결국은 배출될 수밖에 없음을, 그래서 제목인 아침식사와 소설 속에 나오는 똥구멍이라는 말이 연결되게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작가는 '챔피언들의 아침식사'라는 표현은 제너럴 밀스사에서 만든 아침식사용 시리얼 상품의 등록 상표다.(17쪽)라고 해서 다른 오해를 하지 말라고 하는데, 여기서도 우리는 자본이 얼마나 우리 생활에 깊숙히 들어왔는지 알 수 있다.


'아침식사용 시리얼'이라고 하지 않나? 기본적인 먹는 것조차도 거대 기업이 잠식하고 있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현실. 먹는 것만이 아니라 다른 많은 것들이 그렇게 우리 삶으로 들어와 우리를 삶으로부터 더욱 떨어뜨리고 있는 현실을 보니것은 비판하고 있다.


계속 보니것 작품을 읽고 있는데, 이 작가의 작품 읽을수록 매력적이다. 다음 작품을 찾아 읽게 만든다. 그리고 이 작품 저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겹치고 있기에, 그의 작품은 전체적으로 지구를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아직 읽지 않은 작품을 찾아 읽어야겠다는 결심을 하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