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올 김용옥의 금강경 강해 - 한글개정신판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19년 9월
평점 :
불교도만 읽는 책이 아니다. 종교와 상관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특정 종교의 틀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금강경은 그런 책이다. 박중빈의 생애를 쓴 책을 읽다가 박중빈 역시 자신의 종교만을 강요하지 않았다는 것, 전도보다는 자신의 생활에 힘쓸 것을 강조했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금강경에서도 '전도'와 비슷한 내용은 있다. 보시를 행하는 것보다 금강경을 남에게 알려주는 일을 하는 사람의 공덕이 더 크다는 내용이 나오니. 내용을 알려준다를 전도라고 해도 좋겠지만, 거기서 그친다. 깨달음을 강요하지 않는다. 아니 자신이 전도했다는 사실조차도 잊어야 한다.
'나'를 잊는 것. 아니 나와 다른 존재들을 모두 잊는 것, 어쩌면 그것은 자신의 행위조차도 인식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선행을 하는데 그것이 선행인지도 생각하지 않는 것. 그러니 자신의 업적을 자랑하거나 자신의 희생을 남이 알아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금강경의 내용이 그런 것 아닐까? 결국 금강경 또한 우리가 인생을 잘 살아가도록 하는 하나의 방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방편을 끝까지 쥐고 있으면 안 되는 것.
금강경에 유명한 비유가 있지 않은가? 진리를 깨우쳤을 때 거기까지 오게 한 뗏목은 버려야 한다는 것. 자신을 고집하면 그것 자체가 이미 진리의 길에서 벗어났음을 알아야 한다고 한다.
김용옥은 다양한 지식을 금강경을 설명하는 데 원용하고 있다. 역시 방편이다. 금강경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성서의 내용과 노자, 장자의 사상도 인용하고 있다. 진리란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고, 그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슷하기 때문이다.
또한 특정 종교만을 강요하는 행위를, 물질을 우선하는, 점차 대형화되어 가는 종교를 비판하고 있다. 그것은 형식에 집착해서 진리를 잃어버리는 꼴이라고 한다.
또한 많은 금강경 판본 중에 우리가 반드시 참조해야 할 판본은 해인사본이라고 한다. 고려 때 판각한 소위 팔만대장경이라고 하는 것에 속해 있는. 그 좋은 해인사본을 놔두고 다른 판본을 열심히 번역하는 것의 문제점에 대해 이 책에서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또한 한자어로 된 많은 번역본 중에서도 구마라집이 번역한 것을 기본으로 삼는다고 했다. 한자의 맛과 중국인의 사상을 잘 살린 번역이라고. 그래서 우리도 우리말의 울림을 잘 살린 번역을 해야 한다고.
하여 이 책은 금강경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물론 쉽다고 깨달음에 이른다는 말은 아니다. 깨달음은 남이 주는 것이 아니다. 깨달음은 스스로가 받는 것이다. 이 받음에는 들을 귀가 필요하다.
귀가 없는 인간들이 많은 시대는 진리가 받아들여질 수 없는 시대다. 하여 금강경은 부처와 수보리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수보리는 바로 들을 귀를 가진 사람이고, 이런 들을 귀를 가진 사람으로 인하여 부처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금강경을 읽으며 다른 것은 몰라도 '듣는 귀'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이 무척 힘든 일이긴 하지만, 듣는 귀를 가지게 되면 나만을 고집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두고두고 곱씹으면서 다시 살펴볼 책이 바로 '금강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