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필의 진보를 위한 역사 - 진짜 진보의 지침서 & 가짜 극우의 계몽서
황현필 지음 / 역바연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명쾌하다. 망설이지 않는다. 자신의 주장을 간단 명료하게 제시한다. 좌고우면(左顧右眄)이라고 하나, 이곳저곳을 기웃거리지 않는다. 이리저리 재지도 않는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자료를 제시하면서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그의 말을 빌리면 진보의 입장에서 주장한다. 진보냐 보수냐에 따라 사건의 해석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사실 자체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진보나 보수를 막론하고 역사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이 사실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순 있겠지만, 사실 자체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선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런데 사실을 왜곡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에게 필요한 자료만, 문구만 선택해서 사실이 그러한 양 꾸며대는 사람들.


이 책에서 황현필은 그런 사람들로 뉴라이트 계열의 사람들을 지목한다. 그리고 그들의 주장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를 자료를 바탕으로 반박한다. 사실, 역사를 공부한 사람들은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주장들을 뉴라이트 계열의 사람들이 왜곡한 경우가 많다.


그렇게 왜곡했는데도 뉴라이트들이 비판을 받으면서도 계속 살아남는 이유는, 그들의 주장에 동조함으로써 이득을 얻는 집단이 있기 때문이다. 역사의 해석을 통해서 이득을 얻는 집단이야 어느 사회에도 있겠지만, 왜곡된 해석으로 이득을 얻는 집단이 권력을 쥐고 있을 때에는 문제가 심각하다.


학문의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 지장을 초래하는 차원이 되는데, 그것은 이들은 차분히 증거를 따지고 논리를 따져 역사적 진실을 추구하기보다는, 언론을 통해서 또는 방송을 통해서 자신들의 주장만을 주입시키고, 사람들을 그릇된 역사관을 갖게 하는 것만이 아니라 잘못된 행동을 하게끔 유도하기 때문이다.


지금 뉴라이트들의 역사 왜곡이 도를 넘어섰다고 판단하기에 저자는 이런 책을 써서 역사 왜곡을 바로잡으려 한다. 뉴라이트들의 역사 왜곡에 동조하는 권력을 쥔 집단들이 횡행한다면 우리 사회가 더 나은 쪽으로 나가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뉴라이트들이 주장하는 것들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반박이 아니다. 사실이 이렇다고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얼마나 역사라는 이름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


총 108개의 항목을 가지고 주장하고 있는데, 하나하나가 다 명쾌해서 이 책을 읽고서도 뉴라이트의 주장에 동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때 유럽에서는 뉴레프트라는 운동이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엉뚱하게 뉴라이트라니...


진보와 보수라는 말과 비슷하게 좌파니 우파니라는 말을 쓰는데, 좌파 중에서도 새로운 이론을 들고 나온 사람들을 뉴레프트라고 했었다. 그런데 우파에서 새로운 이론을 갖고 나올 수가 있나 싶기도 한데, 자고로 우파란 기존의 것을 지키는 쪽으로 가기 때문인데 뉴라이트라니...


기존의 것이 미약하면 바꾸려고 하는 진보 쪽으로 가는 것이 맞는데, 기존의 것을 더 안 좋은 쪽으로 돌리려는 것은 보수도 아니고 수구라고 하기에도 좀 그런데... 뉴라이트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였지만 이는 퇴행에 불과하다. 


첫번째 항목이 식민지근대화론이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근대화시켰다고? 철도를 깔아주고, 산업을 부흥시켰으니 우리는 일본에 고마워해야 한다? 정말로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지경이다. 그러니 황현필이 '식민지근대화론은 소수의 거짓말쟁이가 의도를 가지고 자행한 수준 낮은 역사 왜곡에 불과하다'(27쪽)고 하지.


이 의도가 무엇일까? 자명하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는 것. 자신들의 권력을 계속 유지하고자 하는 것. 그것을 위해서 역사적 사실을 자기 입맛에 맞게 해석해서 갖다 붙인다. 식민지근대화론부터 시작해서 이 책은 비상계엄을 국민을 계몽시키기 위해서 했다는, 소위 '계몽령' 이야기로 끝낸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말처럼 번져나가는 현실을 역사를 공부한 사람으로서 견딜 수 없었으리라. 그러니 그것을 바로잡아야지. 어떻게 간단명료하게, 사람들이 지루하지 않게, 전달해야지. 그래서 이 책의 각 항목은 짧다. 짧아야 읽을 테니까. 읽어야 사실을 알게 될 테니까.


그래서 때때로 저자의 감정이 여과없이 나오기도 한다. 비속어도 꽤 나오는데, 그만큼 저자의 마음이 격앙되어 있다는 뜻이다. 또한 각종 유튜브에서 걸러지지 않고 나오는 표현들, 사실 왜곡들에 맞서기 위해서 일부러 좀더 강한 표현을 선택했다는 느낌도 든다.


역사를 이야기하는 책에서 저자의 직설적인 감정표현이 바람직한가를 따질 수도 있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자신의 마음을 주체하지 못할 저자의 심정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만큼 절박하게 역사왜곡에 대응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뉴라이트들이 장악하고 있고, 그들의 말도 안 되는 주장이 권력을 쥐고 있다는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행해지고 있으니, 역사를 공부한 사람으로서 얼마나 분통이 터지겠는가. 


이런 분통터지는 것이 어디 역사학자들만이겠는가마는 이런 책을 통해서 왜곡된 역사적 사실들을 바로잡고, 제대로 된 주장을 하지 않으면 이런 사태가 지속될 테니... 이런 책이 많이 나와야 한다. 그리고 많이 읽혀야 한다. 그래야 터무니없는 주장이 설 자리가 없어질 테니. 더 이상 우리 속이 터지는 일도 줄어들 테고. 


그래서 저자의 이런 작업이 고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