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의 프라하 도시 산책 시리즈
최유안 지음, 최다니엘 사진 / 소전서가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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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아름다운 도시라고 했다. 체코에 있는. 아직은 가보지 못한 곳.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다고 마음 먹고 있는 곳.


체코 하면 떠오르는 작가는 세 명이다. 카프카는 물론이고, 밀란 쿤데라, 그리고 카렐 차페크. 이 중에서 체코어로 작업을 한 작가는 차페크 한 명이라고 할 수 있다. 쿤데라는 말년에 프랑스에 살면서 프랑스어로 작품을 썼다고 하고, 카프카는 독일어로 작품을 썼으니.


그럼에도 카프카는 체코 사람이다. 그리고 그의 생활은 거의 프라하에서 이루어졌다. 나중에 병에 걸려 요양원을 왔다갔다 하지만, 직장도, 작업도 모두 프라하에서 이루어졌으니... 어떤 언어로 작품이 쓰였느냐가 그리 중요하지는 않다고 본다.


한때 체코하면 카프카였고, 카프카하면 [변신]이었는데, 이제 장소는 범위를 좀 좁혀도 되고, 작품은 더 넓혀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카프카를 체코라고 넓게 보지 않고 프라하로 한정해서 봐도 된다는 것. 장소는 프라하, 그렇다면 프라하에 가면 카프카의 발자취를 만날 수 있을까?


물론이다. 당연히 프라하 곳곳에 카프카의 정취가 남아 있다고 한다. 그의 얼굴 조각이나 흉상도 그렇고, 카프카 박물관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눈에 보이는 카프카 관련 장소를 가보고 만다.


그래, 프라하까지 가서 카프카만 쫓아다녀서야 되겠는가. 거기다 프라하에 머무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을텐데... 


하지만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 카프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렇게만 프라하에 머물면 무언가가 빠진 느낌을 들테다. 그 빈구석을 채워주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작가인 저자가 또다른 작가인 카프카를 프라하에서 만난다. 그가 걷던 길, 그가 살던 집, 그가 어떤 마음으로 지냈을지를 직접 그곳에 가서 지내면서 찾고 느끼고 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전달해 준다. 카프카에 대해서. 또 카프카를 통한 우리 자신의 모습을.


사진작가의 사진도 훌륭해서 책을 통해 프라하를, 카프카를 충분히 만날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마음에 드는데, 무엇보다 카프카의 작품과 그가 살던 장소를 연결지어서 설명해주고 있는 부분이 좋다. 또한 작가로서 카프카와 공감하는 부분을 설명하는 부분도 좋고.


카프카의 생애에 걸친 장소가 프라하라면, 프라하에 가서 카프카의 흔적을 찾아 느끼고 오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또 카프카는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작가 아닌가.


이 책을 읽다보면 그래서 카프카의 작품을 [변신]에서 다른 작품들로 확장할 수 있게 된다. [소송]이라든지, [성]처럼 잘 알려진 작품도 있고,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작품도 있지만, 카프카를 [변신]의 작가로만 국한시키지 않게 된다.


따라서 이 책은 프라하는 깊게, 카프카는 넓게 만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이런 작가를 지니고 있는 프라하라는 도시가 부럽다는 생각도 하고. 물론 우리나라에도 유명한 작가들의 생가를 복원하고, 그의 문학관을 세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생가나 문학관들이 천편일률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무언가 아쉬움이 있었는데...


마을(도시) 전체가 한 작가와 관련이 있고, 마을 곳곳에서 그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이 아직은 우리나라에는 부족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다. 서울만 해도 알려진 작가가 얼마나 많은가. 그들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곳도 많지만, 과연 그곳을 잘 찾을 수 있을까 하면 그렇지 않다.


물론 프라하도 전쟁으로 개발로 카프카의 흔적이 많이 지워졌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기억하고 보존할 수 있는 카프카 관련 장소들은 후세들도, 다른 나라 사람들도 찾아볼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는 느낌을 이 책을 통해서 받았다.


마치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카잔차키스가 크레타 섬에서 기념되고 있듯이 그렇게. 우리 역시 작가들을 그렇게 마을과 관련지어서 기억하고 보존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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