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남북은 긴장 상태다. 정말로 유전이라는 것을 느낄 정도로, 서로를 적으로 여기고 있다.


  한때 긴장이 풀리기도 했었는데, 서로 교류도 됐었는데, 남한에서 개성으로 출근하기도 했고, 금강산에 수학여행을 가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때 만들어 놓았던 길도 다 파괴되어 버렸다고 하고, 남 나라 전쟁에 군대를 보낸다, 무기를 보낸다 하고 있으니...


  언제 이 긴장이 폭발할지, 절대로 그러면 안 되는데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그런 긴장 폭발은 상상도 하지 않았는데, 이젠 불안한 마음을 지니고 있으니...


  한 민족이라고 하지 않나. 통역 없이 대화를 할 수 있지 않나. 남북은. 그러니 다시 대화를 해야 한다.


만남 만큼 긴장을 푸는 데 좋은 것은 없다. 자주 만나야 서로가 서로를 오해하는 일을 막을 수가 있다. 


자주 만나야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게 되고, 다른 점보다는 비슷한 점을 더 많이 찾을 수 있게 된다. 그래야 긴장보다는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


평화롭게 지내면 우리 마음 속 서정성이 회복된다. 서정성의 회복. 이것은 우리 마음을 평화롭게 하기도 한다.


북한은 사회주의 문학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사람의 마음을 노래하는 시들이 없을 수가 없다.


이 시집은 194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북한에서 발표된 시들 중에서 서정성을 드러낸 시들을 엮었다.


사람 사는 세상에는 서정성이 없을 수가 없으니, 북한의 문학에서도 짙은 서정을 노래한 시들이 있고, 이 시집을 통해서 그러한 정서를 만날 수가 있다.


무엇보다 번역 없이 시를 만날 수 있으니, 시의 의미가 곡해될 일이 별로 없다. (물론 낱말이 다르게 쓰이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이것이 대화를, 또 시를 이해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다) 이 시를 보자. 어디에서 누가 발표했는지 가리고 보면 남북 어느 시인이 썼는지 알 수가 없다. 이렇게 서정은 남북 모두에 공통된다.


   사람이 나이들면서

                        - 송명근


사람은 나이들면서

자주 지나온 날들을 돌이켜보게 된다

이마의 주름들속에 묻힌

회억(회상, 회고)의 갈피를 펼쳐

아마도 남은 나이라도 서둘러

잃은 것 봉창하려는(보상하다) 몸부림 아니라

한창나이 젊은 시절

피끓어 일 많이 하던 시절

자주 뒤돌아보며 채찍질했더라면

한생에 얼마나 더 멀리 왔으랴

때늦은 후회는 지나간 밤의 꿈과 같다지만

때맞춤한 자책은 인생의 지름길 안내자라네


김철학 엮음, 북한의 대표적 서정시. 한빛. 1996년. 2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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