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신장판 1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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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나왔지만, 영화는 보지 못한 상태. 영화를 보고 소설을 읽으면 소설에서 느낄 수 있었던 상상의 재미가 줄어들까 하는 생각.


소설을 먼저 읽어야지 했다.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면 내 상상과 감독의 상상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을테니.


그래서 듄 신장판을 읽기 시작. 1권. 시작하자마자 분량에 압도당한다. 900쪽이 가깝다. 신장판이 6권이던데, 1권이 거의 900쪽이라니...부록까지 하면 900쪽이 넘는다.


와, 완전 벽돌 책이네... 베개로 쓸 수 있겠다. 손에 들고 읽자니 너무 무겁다. 세상에 책을 읽다가 손목이 나가는 경험을 할 수도 있겠구나 싶다.


신장판이 아니라면 아마 이 1권도 듄 1부라고 해서 3권으로 분책을 해도 되었으리라. 그렇게 1권만으로도 듄의 세계에 충분히 들어갔으리라.


듄은 바로 아라키스 행성을 가리킨다. 사람이 살기 힘든, 사막으로 이루어진 곳. 물이 거의 없는 곳. 프레멘이라는 정체를 알기 힘든 부족들이 살아가는 곳. 그러나 이 아라키스 행성에서도 암투는 벌어진다.


이 행성을 다스렸던 하코넨 남작이 가만히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황제의 직속부대들도 개입하고. 결국 아버지를 잃은 폴. 


폴은 쫓겨서 사막 한 가운데 떨어지게 된다.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여기서 우여곡절 끝에 그는 프레멘들에게 받아들여지고, 그들의 지도자가 된다. 지도자가 되어 복수를 하는 폴. 하지만 폴은 자신에게 주어진 예지력으로 지하드(성전)이 벌어질 것을 염려한다. 성전이 벌어지는 일을 막으려는 폴.


1권은 여기까지다. 황제가 되는 폴까지. 아라키스라는 행성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방대하게 펼쳐진다. 그리고 사막인 이곳을 식물들과 동물들, 인간들이 함께 사는 곳으로 만들려는 프레멘들의 모습이 밝혀지는 과정. 폴이 예지력을 지니고 그들을 지도하는 과정이 펼쳐지는데...


무엇보다도 권력을 쥔 자들의 허상과 진정한 권력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소설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세상을 지탱하는 것은 네 가지. 현자의 지식, 위대한 자의 정의, 올바른 자의 기도, 용감한 자의  용맹' (56쪽)


하여 소설에서는 이들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나온다. 그들과 함께하는 폴의 모습도. 그렇다면 지도자는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가. 소설에서 지도자란 이래야 한다고 알려주고있다.


'통치자는 강요하는 법이 아니라 설득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58쪽)


그렇다. 이것이 바로 지도자다. 강요는 결코 오래갈 수가 없다. 충성을 이끌어낼 수도 없다. 그냥 힘에 눌려 따를 뿐이다. 그러나 설득은 내부로부터의 충성을 이끌어낸다. 이것이 바로 지도자가 할 일이다. 권력을 쥔 자들이 지녀야 할 자세다.


이렇게 아라키스 행성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통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갈등을 되돌아보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생각하게 한다. 오래된 소설이지만 현재를 살펴보고, 미래를 고민하게 하는 진정 '오래된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소설이다.


하지만 아무리 예지력을 지녔다고 해도, 예지력 대로 세상이 돌아가지는 않는다. 바로 불확정성의 원리가 작동하는 것이다. 지금-여기에서 한 행동, 한 말들이 미래를 바꿀 수 있다. 그 점을 폴을 통해서 잘 보여주고 있으니, 정해진 미래란 없다는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폴이 무앗딥이 되는 과정을 통해 종교의 모습도 보이지만, 바로 종교가 보여주는 천년 왕국을 소설은 추구하지만 그것이 결정된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것은 인간들이 지금-여기에서 만들어가는 곳이어야 한다.


이게 이 소설의 장점이 아닐까 한다. 그 단적인 예로 폴이 전통을 바꾸어가는 모습이 있다. 전통은 그냥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맞게 변용되어야 한다. 그래야 전통이다. 그리고 이런 전통이 미래로 이어지고, 미래에 또 변용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소설은 장면이 바뀔 때마다 이룰란 공주가 쓴 글을 앞에 제시하고 있다. 이 글이 그 장의 내용을 예측하게 해주는데,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여기에 있다는 생각도 든다. 여기에 또 이 이룰란 공주는 형식적으로 폴과 결혼을 해서 폴이 황제가 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룰란 공주의 글 중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만한 몇 구절을 인용한다. 이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필요한 구절이다.


'자신이 배울 수 있음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는 것, 그리고 배우는 것이 어렵다고 믿는 사람들이 그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122쪽)


'그대가 경멸하는 것이 무엇인가? 이를 통해 그대가 진정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425쪽)


이렇게 마음에 새겨둘 만한 구절들 이외에도 기록해두고 싶은 구절들이 많은데, 무엇보다도 소설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해 지금-여기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다는 점이 좋은 소설이다.


다음 편들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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