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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 3부 : 사신의 영생 - 완결
류츠신 지음, 허유영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2월
평점 :
3부다. 참으로 방대한 소설이다. 내용으로도 그렇고, 분량으로도 그렇다. 3부는 거의 800쪽에 달한다. 1부가 400쪽이 넘고, 2부가 700쪽 정도니, 다 합치면 1900쪽이 넘는 분량이다. 그런데 내용은 광활한 우주의 사건들이다.
지구는 이 우주에 비견한다면 작은 점보다도 작다. 아주 미미한 존재, 우리가 현미경으로 보아도 잘 보이지 않는 존재들보다 더 작은 존재에 불과하다. 그러니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들은 어떻겠는가. 지구의 관점에서 인간들은 그리 큰 존재가 아닌데, 우주의 관점에서 인간들은 존재조차도 인식하기 힘든 존재들이다.
바로 이 점이다. 2부까지 삼체 문명과 지구의 대결이라고 했다면, 아니다. 삼체 문명 역시 파괴되고 만다.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지구보다 월등한 문명을 지닌 삼체 문명조차도 한 순간에 파괴될 정도의 위치만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우주를 알 수 없다. 어떤 생명체들이 있는지, 어떤 문명이 있는지 알 수 없다. 2부의 제목이 '암흑의 숲'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너무도 커서 볼 수 없다고 해야 하나? 도무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알아야 한다. 생존을 위해서.
2부의 뤄지가 말하는 우주사회학의 공리 두 개와 의심의 사슬과 기술의 폭발을 생각한다면, 생존하기 위해서도 알아야 한다. 즉 나는 상대를 알아야 하고, 상대는 나를 몰라야 한다. 암흑으로 위장해야 한다.
생존 방법이 세 가지가 제시된다. 삼체 문명이 파괴된 다음에 더 발전한 문명에게 지구의 좌표가 분명 알려졌으므로, 태양계 자체가 파괴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이제 인간들은 살기 위해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 3부의 주인공은 청신이다. 여러 우여곡절을 거치지만 결국 인류의 생존자가 되는 사람. 여성으로 택한 이유는 남성성은 우주의 암흑과 통하기 때문이다. 이는 포용이 아니라 파괴다. 그러므로 파괴되는 우주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요소는 여성성이다. 여성이 주인공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읽다보면 청신에게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위기의 시대에는 명료한 것이 지지를 얻는다. 단순하게 표현하는 것, 과감하게 나아가자고 하는 주장. 이런 주장들은 절망 속에서 나온다. 그리고 절망 속에 빠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이때 평화, 포용, 희생, 사랑을 주장하면 사람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
청신 역시 마찬가지다. 결정적인 순간에 청신은 파괴와 전쟁보다는 사랑을 택한다. 그 결과는 태양계의 파멸이다. 하지만 청신이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작가는 바로 그 점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결정적인 순간에 선택해야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현재의 위기를 벗어나는 선택이라면 상대를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하더라도 선택하겠는가? 하지만 그런 선택을 하더라도 어느 순간에는 파멸을 면할 수가 없다면...
결국 어떤 선택이든 파멸을 미룰 수는 있지만 피할 수는 없다. 청신에게 두 번 주어진 선택의 순간이 그렇다. 청신은 사랑을 택한다. 그는 남을 파괴하면서 생존을 택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 점이 바로 청신을 계속 살아남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우주가 존재한다면 그 동안 우주에 존재했던 생명들, 문명들을 증언하는 존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증언자는 여성성이 되어야 한다. 생물학적인 여성이 아니라 사회적, 철학적으로 말하는 여성성을 지닌 존재.
태양계를 넘어 다른 우주로 가고, 다시 소우주에서 살아갈 수도 있지만, 자신의 생존이 대우주의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청신은 대우주로 가기로 선택한다. 그것이 자신의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을지라도.
이런 과정을 거치기까지 길고 긴 시간이 흐르고, 우주의 공간 역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넓게 펼쳐진다.
청신과 몇몇의 인물들로 이 방대한 시공간을 가로지르면서 소설을 이끌어가고 있는데,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게 한다.
물론 많은 과학지식들이 등장해 읽기를 힘들게 하기도 하지만, 그런 지식들을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흥미롭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읽으면서 시야를 넓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태양계뿐만이 아니라 은하를 넘어 우주 전체, 그것도 시간의 범위를 더욱 확장해야 한다는.
인간만이 최고가 아니라는 사실을, 우주에서 인간은 너무도 작은 존재라는 사실을, 그럼에도 그 작은 존재 안에도 우주 전체가 있음을, 청신이 소우주에 남겨 놓는 존재를 봐도 그렇다.
결국 우리는 모두가 우주다. 그런 우주들을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 '천지불인(天地不仁)'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우주가 사람에게 어질 수 없다. 우주는 우주의 법칙으로 운행될 뿐이다. 거기에 인간이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우주의 법칙을 어길 수는 없다.
그렇다면 대우주의 법칙을 명심하고, 그런 대우주의 법칙 속에서 소설 속에서는 우주의 다른 문명들끼리 다툼을 벌일 필요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를 더욱 축소하면 지구에서 인간들끼리 서로를 파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우주에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할 뿐더러, 인류가 서로를 갉아먹는 행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삼체]라는 소설, 1부에서 3부로 가면서 더욱 속도가 나면서 흥미진진해 진다. 방대한 시공간을 가로지는 소설. 시야를 더 넓힐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