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베들레헴의 길고양이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38
데보라 엘리스 지음, 김배경 옮김 / 책속물고기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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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팔레스타인, 아직도 끝나지 않는 전쟁. 여전히 전쟁 중이다. 전쟁이라는 말보다는 일방적인 공격이라고 해야 하는 편이 맞겠지만.


팔레스타인이 차지하고 있는 땅이 장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들에게는 변변한 무기가 없고, 비록 무장투쟁을 한다고 하지만, 국가 대 국가로 전쟁을 할 여건은 안 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격하고,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지역까지도 공격한다고 하니, 팔레스타인에서 평화는 요원하다.


이 소설은 그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을 다루고 있다. 동화라고 할 수 있는데, 미국에서 살고 있던 아이가 죽어서 고양이가 되어 이름이 같은 베들레헴에서 지내게 된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미국에서 클레어라는 이름으로 지내던 초등학생이 겪는 일들과 고양이가 되어 베들레헴에서 겪는 일들이 교차하고 있다. 고양이로서 겪는 일들을 통해서 자신이 초등학교 때 했던 행동들을 돌아보게 하고 있다.


클레어는 초등학교에서 집안 좋고, 공부도 잘하는, 그러나 교사들의 눈에 띠지 않게 말썽을 부리는, 요즘 말로 하면 상당히 영악한, 문제적인 학생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행동을 눈감아 주는 선생이 떠나고, 깐깐한 선생을 맞이하여 그 선생과 갈등을 일으킨다. 그러다 뜻하지 않는 교통사고로 죽음에 이른다.


죽음, 끝이 아니라 고양이로 태어난다. 그것도 베들레헴에서. 갈등 상황에 처해 있는 그곳에서 클레어 고양이는 이스라엘 군인과 팔레스타인 아이를 만난다. 이스라엘 군인이 정찰 목적으로 들어간 집에 부모를 잃고 홀로 있던 아이 오마르. 이들과 지내면서 클레어는 한 면만 볼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이스라엘 군인이라고 해서 모두 팔레스타인인들을 적대적으로 대하지는 않는다는 사실. 그들도 인간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으며, 저항하는 팔레스타인인들도 모두가 같지는 않다는 사실. 


적대적인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도 딱 두 편으로 나눌 수가 없으며, 그 사이에 엄청나게 많은 편차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클레어라는 고양이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아이를 끝까지 보호하려는 이스라엘 군인들과 어떻게든 이스라엘 군인들을 죽이고 싶어하는 팔레스타인 사람, 그리고 이스라엘 군인에 무조건 적대적으로 대하면 안 된다는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있고.


클레어는 인간이었을 때 선생님이 자신을 괴롭힌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행동이 결코 잘한 짓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지 못하고 어떻게든 그 상황에서 벗어나려고만 했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을 고양이 몸으로 겪으면서. 


이렇게 소설은 어느 편도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쪽도 옳고 저쪽도 옳다는 양비론 또는 양시론을 주장하고 있지 않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갈등이 있지만, 그것을 단순하게 정리할 수 없음을.


전쟁에서도 인간이 있음을, 그 인간성을 지키는 사람들도 인해 세상이 조금씩 평화로운 쪽으로 가고 있음을.


개인이 어쩔 수 없다가 아니라 개인이라도 할 일을 해야 한다는 모습을 이스라엘 군인과 팔레스타인인들이 대치하고 있는 장면에서 고양이 클레어가 춤을 추어 양쪽이 더 심한 갈등으로 번지지 않게 한다. 이렇게 개인이 할 수 있는 일도 있음을, 아니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함을 작가는 말하고 있다.


여전히 대치 중인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이 소설이 나온 지 꽤 됐는데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음에 암담한 마음이지만, 그럼에도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 


고양이 눈으로 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 결코 단순화할 수 없는 그 갈등 상황을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평화로 가는 길이 쉽지는 않지만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됨을, 평화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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