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되어 살아낼게 - 세월호 생존학생, 청년이 되어 쓰는 다짐, 개정판
유가영 지음 / 다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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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하게 세월호 이후의 삶을 기록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삶의 굴곡을 거쳤을까? 읽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직접 겪은 당사자가 아닌데도 세월호를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 한켠에 구멍이 뚫린 듯한 느낌을 받는데, 직접 그 배에 타고 있던 사람이라면, 거기에 학생이었고, 친구들이 살아돌아오지 못했다면 어떤 마음일까?


외면하고 싶겠지. 그냥 잊고 싶겠지. 너무도 큰 충격을 받은 사람은 그 충격으로 그때의 기억을 잃기도 한다는데, 그렇게 잊고 싶은 마음도 있었겠지. 그런데 안 잊혀지지. 계속 기억에 마음에 남아 울컥울컥 솟아올랐겠지. 그 아픈 일들이.


그런데도 이렇게 책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한 과정을 거쳐 이제는 더이상 피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겠지. 이제는 마주보고 나아가야 한다고, 그래야만 한다고.


이 책을 읽으면 그런 마음이 느껴진다. 9년이 지난 다음에 쓴 책이고, 다시 한 해가 지나 이제는 10년이 지났다. 10년,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 하지만 우리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세월호 이후에도 얼마나 많은 재난사고들이 일어났는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는데, 그렇게 외양간이라도 고쳤으면 좋겠다. 우리는 왜 소를 잃어버렸는지에 대해서만 왈가왈부하고, 외양간을 고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니.


저자가 다른 곳에서 생활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더이상 도망갈 수 없다고 여겼을 때 뉴질랜드로 떠났다고 했다. 거기서 새로운 낯선 사람을 만나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을 추스리고 치유하고,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그때 이야기 중에 뉴질랜드에서 지진이 일어났다는 말, 지진 이후에 내진설계를 강화에서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려는 노력을 했다는 글을 읽으면서, 우리는 그 많은 사고를 겪었으면서도 과연 외양간을 고쳤는가 하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외양간을 고칠 생각을 하지 않고 잊으라고, 잊으라고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희석되기는 하겠지만, 그때와 같은 감정은 들지 않겠지만, 그래도 기억해야 한다.


기억은 반복을 방지하기 때문이다. 더이상 이런 사고가 나지 않도록 기억해야 하고,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


저자의 말이 아프게 다가온다. 세월호 이야기를 10년이 지나서 읽어도 마음을 추스리기 힘든데, 직접 겪은 사람의 마음은 어떻겠는가?


'그토록 잔인했던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 무뎌져 그때만큼의 감정이 들지는 않으니까요. ... 하지만 기억이, 감정이 무뎌졌다고 해서 저를 괴롭히는 게 없어진 건 아니에요. 지금도 때때로 불쑥 찾아오는 형용하지 못할 감정들과 두려움, 불안이 저에게 '절대로 잊지 말라'고 일깨우고 있으니까요. 아마 평생 저를 괴롭힐 거예요.

그렇지만 지금의 저에게는 비록 그 괴로움을 극복하지 못하더라도 딛고 일어날 힘이 있습니다. ... 이 힘을 만든 건 제가 여태까지 살기 위해 쳐온 발버둥, 그리고 그걸 알아보고 저를 끌어 올려 준 사람들이 그 마음이에요.' (146쪽)


이런 마음이, 이런 사람들이 저자를 지금까지 이끌었다. 그리고 저자는 앞으로 세월호를 잊지 않고, 또한 그러한 재난 상황에 대한 사람들과 함께 할 것이다.


자신에게 손을 내밀었던 사람들과 같이 자신도 그러한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 것이다. 바로 이런 사람들로 인해 세상은, 괴로움으로 가득찬 것 같은 세상에도 행복이, 희망이 있음을 알게 된다.


저자가 겪어왔던 삶들. 이 삶들이 이 책 속에 오롯이 들어 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다짐과, 고통받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줄 마음을 지니고 행동을 해야 함을 저자의 글을 통해 다시금 깨닫는다.


먹먹하지만 꼭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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