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의 세상 속으로 - 나의 이동권 이야기 나의 OOO 1
이규식 지음 / 후마니타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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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 장애가 있는 이규식의 이야기다. 그가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를 실었다. 담담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결코 유쾌한 삶이 아니었을텐데 이 책을 읽으면 비장해지기보다는 경쾌한 느낌을 받는다. 어려운 시절을 겪었던 사람이 과거의 일을 추억처럼 풀어내는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순탄치 않았던 삶을 살았던 그의 삶이 기록을 통해 우리에게 말을 건다. 이런 삶도 있다고. 과연 이런 삶이 당신들과 다른 삶이냐고. 우리는 같은 삶을 살고 있다고. 그러니 장애인이라고 특별대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들과 같이 살 수 있게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라고.


그렇다. 가장 힘든 사람이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했다. 장애인이 불편을 겪지 않고 이동할 수 있는 사회, 장애인이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사회, 장애인도 자신들의 편리를 추구할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가 좋은 사회다. 그리고 이규식은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 왔다.


공동체라고 불리는 시설에서도 살아보고, 이동권 투쟁도 해보고, 탈시설 운동도 한 이규식.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는 일들이 과거에는 특별한 일이었을 테니, 그가 겪은 고통은 이 책에 나와 있는 구절들로 우리가 체험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그와 같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아직은 미약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나 시설들이 개선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들은 투쟁 중이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지하철이 있고, 저상버스 도입률이 50%도 안되고 있으며, 장애인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기는 하지만, 곳곳에 있는 식당가에서는 장애인이 화장실을 가기가 힘들다는 사실.


무엇보다도 그들이 여행을 할 때 많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 그렇다. 비장애인도 여행을 할 때는 많은 불편을 겪는데, 장애인들이 겪는 불편은 더욱 심하다는 사실.


오죽했으면 그가 "나도 무계획 여행이라는 걸 해보고 싶다."(274쪽)고 했을까. 비행기도 배도 불편함이 있고, 여행지에 도착해서도 숙소부터 시작해 이동 수단을 마련하는 데도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는 사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많은 부분들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여기에 더 놀랄 만한 일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교도소의 시설이다. 장애인이 생활하기에는 그야말로 감옥인 곳.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해야 하는 곳인데도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있기에는 너무도 불편한 곳이라는 사실을 이규식의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되었으니...


공공기관부터 장애인이 불편하지 않고 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리고 그들을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시설로 생활공간을 국한시키지 말고 함께 살 수 있도록 탈시설활동을 지원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만은 않음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게 된다.


그렇지만 이규식 같은 사람이 있어, 누군가 앞서서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어 세상은 좋은 쪽으로 조금씩 발전해가고 있다. 


그가 지금껏 해온 일들이 무용하지 않았듯이, 그의 삶을 기록한 이 책을 통해서 더 나은 사회가 어떤 사회일지 생각해 본다.


장애인이 편하게 이동하고 생활할 수 있는 사회라면 비장애인 또한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사회일테니. 이규식과 같은 사람들이 계획을 짜지 않고 충동적으로 여행을 편하게 떠날 수 있는 그런 사회라면 다른 환경들은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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