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무죄다 - 검사 이성윤의 검(檢) 날수록 화(花)내는 이야기
이성윤 지음 / 아마존의나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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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과 꽃.


검을 칼이라고 한다면 꽃과 대척되는 지점에 있다. 물론 검사할 때 검은 칼이 아니다. 칼이 아닌데, 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칼 앞에서 식물은 약하디 약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칼로 아무리 식물을 베어내도 식물은 완전히 죽지 않는다. 죽은 듯이 보였다가도 어느 때에도 다시 살아난다. 그것이 바로 김수영이 노래한 '풀'이다. 식물이다. 꽃이다.


꽃의 화려함이 10일을 가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 화려함을 드러내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참고 지낸 세월을 생각한다면, 화려함을 봐줄 수도 있다. 또한 그 화려함이 자신을 위한 것도 있지만, 다른 존재들에게 기쁨과 위안을 주는데, 어찌 화려하다고 비난할 수가 있단 말인가.


저자는 검찰로 오랫동안 근무했다. 검찰이 지닌 칼의 속성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꽃에 대한 책을 썼다. 그것도 눈에 잘 띄지 않는 야생화에 대한 글들도 있으니...


그를 아내는 '꽃개'라고 한단다. 꽃 냄새를 잘 맡는 개와 같다는 뜻이다. 비하하는 말이 아니라 그만큼 꽃을 찾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뜻이리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꽃을 찾아낸다는 것은 집중력과 주의력이 있다는 뜻이다. 또 남들이 잘 보지 않는 면을 볼 수 있는 눈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꽃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고통도 볼 수 있는 사람이리라.


그런 사람에게 닥친 일들, 이 책에서는 스치듯이 언급하고 있지만, 검찰의 핵심에 있던 사람도 이렇게 검찰에 불려다니면 힘들어하는데, 법과는 무관하게 살아온 사람들에게 검찰은 그야말로 칼을 휘두르는 권력자일 수밖에 없다.


하여 이 책을 읽으면서 꽃과 식물들에게서 위안을 얻는 그를 보면서, 우리도 역시 자연에서 위안을 받을 수 있음을 생각한다.


가끔은 하늘을 보라는 말, 이 말은 하루하루 쫓기듯 살아가는 생활에서 잠시 눈을 돌릴 여유를 가지라는 말이다.


그런 여유가 우리 삶을 지탱해주는지도 모른다. 힘들 때, 생활에 지쳤을 때 자신을 잠시 놓아두고 시선을 밖으로 돌리는 여유. 


그런 여유가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저자처럼 이렇게 나 아닌 다른 대상을 보면서 마음을 내려놓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꽃을 찾아다니면서 꽃에게서 느낀 감정들, 그 꽃들이 지닌 속성, 그리고 그것들이 우리 인간의 삶과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도 많은 꽃과 나무 사진들, 그림들이 눈을,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이성윤의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김수영의 '풀'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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