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 U. R. - 로줌 유니버설 로봇 이음스코프
카렐 차페크 지음, 유선비 옮김 / 이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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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이다.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로봇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쓴 작품이라고 한다. 지금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쓰고 있는 로봇이라는 말이 이 희곡에서 나왔다고 하니...


희곡은 로봇을 생산한 사람들과 로봇이 등장한다. 그런데 사람의 관점에서 시작한 로봇 생산이 로봇의 반란으로 이어진다.


기계를 통해 인류의 편리함을 추구했던 결과가 결국 인류의 멸종으로 나타난다. 이런 결말을 암시하는 것이 '귀머거리 꽃'이란 이름으로 등장한다. 


여자 주인공인 헬레나가 사람들이 더 이상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기사를 읽은 뒤에 듣게 되는 꽃의 이름. 이는 귀가 안 들린다는 뜻보다는, 더 이상 다른 사람의 말을 필요로 하지 않는 존재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들에 귀를 기울일 수 있어야 하는데, 오직 인간의 편리, 인간의 이익만을 위해서 일을 하는 존재들을 귀머거리 꽃에 비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헬레나는 이런 귀머거리 꽃을 인식하고 끔찍하게 여기지만, 다른 인물들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여전히 로봇을 생산해서 사람들이 더욱 더 일을 하지 않는 세상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결국 로봇이 반란을 일으키고, 인간들은 사라지게 된다. 인간의 탐욕이 부른 결과, 차페크는 이 점에서 인간들이 자신들의 편리만을 추구하다가는 결국 '귀머거리 꽃'과 같은 신세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로봇을 생산해서 인류가 편해지겠지만, 그 부작용은?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서 로봇을 이용한다? 이는 전쟁이다. 더욱 참혹한 전쟁. 하지만 참혹한 전쟁을 벌이더라도 아직 로봇에 대한 통제권은 인간에게 있다. 인간들은 이 점에서 안심한다. 로봇은 언제든지 통제 가능하다.


그러나, 로봇이 인간에게 예속된 존재로만 있는단 보장이 없다. 희곡에서는 로봇이 반란을 일으킨다. 마치 지금 인식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있듯이, 로봇에게도 인식과 감정을 넣는 일이 발생하고, 그런 로봇들이 인간의 통제에 따를 수 없다고 한다.


여기서 디스토피아로 돌아간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로봇들은 자신들이 로봇을 생산할 수 없다. 로봇 생산의 비밀이 사라졌다. 그렇다면 인류와 로봇이 모두 멸망할까?


아니다. 인류와 로봇만이 지구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생명체들도 존재한다. 이를 로봇 프리무스와 헬레나의 대화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지구는 다양한 생명체들이 살아가고 있다. 이 점이 이 두 로봇의 대화에서 나오고, 앞으로의 시대에 필요한 것은 서로를 위하는 마음, 즉 '사랑'임을 서로를 위해 희생하겠다고 하는 로봇들을 통해 차페크는 보여준다. 


그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로봇들만 있는 세상이라도 사랑이 사라지지 않음을, 사랑이 사라지지 않으면 다른 세계가 다시 펼쳐질 수 있음을 이 작품에 잘 나타나 있다.


어쩌면 차페크는 시대를 앞서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말해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도 있고.


인공지능이든 메타버스든 지름 우리는 과학기술에 열광하고 있다.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인간의 편리를 위해서, 인간의 이익을 위해서 어떤 존재든 만들어낼 수 있고, 만들어내야 한다고 하는 이 시대에 이 희곡은 과연 그런 세상이 된다면 그 다음은 어떨까를 생각하게 한다. 


인간이 하는 일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로봇들이 일을 하는 세상을 보여주는 이 희곡을 통해, 지금 우리가 추구하는 세상의 미래를 볼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 그런 세상에서도 과연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 역시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직접 자기 손으로 일을 하는 사람 '알퀴스트'를 희곡에서 살아남게 한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한다.


삶을 위해서는 노동이 필요하다. 그것을 전적으로 다른 존재에 맡길 수는 없다. 노동을 모두 다른 존재에 맡긴다는 말은 자신의 목숨을 다른 존재에게 맡긴다는 말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편리만을, 이익만을 추구하는 세상이 어떤 결말을 맺게 될지를 잘 보여주는 희곡이고, 로봇을 통해서 우리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는 희곡이다. 지금 이 시대에 꼭 읽어야 할 희곡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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