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하나의 생태계로 보면, 모든 존재들이 연결되어 있다. 어느 하나도 존재 의미가 없지 않다.


  모두가 나름 자기가 존재해야 할 이유가 있다. 존재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살아갈 장소가 필요하다.


  그런 장소들을 적절히 나누고, 공유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곳이 지구다. 


  이 지구, 과연 적절한 공생관계가 이루어지고 있는가? 지구온난화란 말이 나온 지 꽤 되었듯이, 인간이라는 종에 의해 지구 환경이 바뀌었는데, 단지 기후 변화만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종이 지구의 영토를 잠식해 들어가, 다른 종들이 살아갈 수 있는 장소를 없애고 있기도 한데.


이제는 처음이라는 수식어를 단 질병들이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만큼 서로가 살아가는 공간이 구별되지 않아 질병들이 사람과 동물에 공통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소위 말하는 인수공통감염병이라고 하는 것들.


경계가 허물어지고, 자신들의 영토에서 쫓겨날 뿐만 아니라, 지구에서 생존의 위협을 받아 멸종 위기까지 처한 생물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이미 많은 종이 사라지기도 했고. 동물만이 아니라 식물도 그러한데...


이 시집은 동물을 우리에게 불러왔다. 우리와 함께 살던 동물들을 시로 표현함으로써, 그들과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함을 생각하게 한다.


일명 생태시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시를 통해서 생태 감수성을 깨우치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시집에는 생태시란 무엇인지, 생태시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글도 함께 실려 있다.


인공지능 시대, 변화가 막심한 이 시대에, 인공지능에 의해서 밀려나는 사람들이 있음을, 그런 일들이 우리 인간에 의해 밀려난 종들이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 역시 우리 스스로 우리 영토를 없애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는데... 수많은 내륙동물과 바다동물에 관한 시들이 실려 있다.


그 중에 웃음을 머금게 하는 시 한 편. 꼴뚜기...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는 속담이 있는데, 이 시는 이 속담을 비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꼴뚜기


         멸치에 뒤섞여

         멸치볶음으로 볶아지다

         망신이다


최계선, 은둔자들, 강. 2021년.117쪽.


꼴뚜기도 꼴뚜기의 삶이 있다. 다른 존재에 딸려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다. 모든 생물이 마찬가지다. 기생하는 생명체들도 숙주의 생명을 완전히 끊지는 않는다. 기생 또한 어찌보면 공생이다.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는.


남의 삶에 종속되는 삶은 망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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