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시인들이 쓴 시를 모은 책이다.


  여성 시인들로 한정하지 않고 젠더에 관한 시들을 모았으면 더 좋았으련만 하는 생각도 있지만.


  아직도 여성 시인이라는 말을 쓰나? 하는 생각. 그럼에도 이런 시집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여성'이라는 점에 방점이 찍힐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반영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


  남성 시인이라는 말은 없는데, 젠더라는 성 중립적인 말(?)을 달고 여성 시인들의 시들을 엮은 것은, 여전히 남성 시인은 없고 여성 시인만 있는 세상에 대한 문제 제기라고 여기기로 했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이런 시집을 통해서도 알 수가 있으니... 하지만 여성과 남성이 대립해서는 안 되고, 또 성을 남성과 여성으로만 나누지 않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고 하지만 현실을 바로 보는 자세도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 시집은 여전히 필요하다. 아직은 우리가 젠더를 생각하려면 여성에 대해서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여성의 삶에 대해서, 여성이 처한 현실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 않고서는 젠더에 대해 더 깊이 나아갈 수 없으므로.


시 한 편을 읽자.


  Ghost

             - 강성은


그 여자는

살아 있을 땐 죽은 여자 같더니

죽고 나선 산 여자처럼


밤의 정원

이 나무 저 나무를 옮겨 다니는 작은 새처럼

밤하늘을 떠다니는 검은 연처럼


장갑을 끼면 손가락이 생겨나고

양말을 신으면 발가락이 생겨나고

모자를 쓰면 머리가 생겨난다


책을 읽으면 눈이 생겨나고

음악을 들을 땐 귀가 생겨나고

하고 싶은 말이 떠오르면 입술이 생겨나는데


그 여자는 

살아 있을 때도

죽어서도 입이 있어도

말은 못한다


김지은 이광호 엮음, #젠더 시, 문학과지성사. 2021년. 164-165쪽.


더 무슨 말이 필요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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