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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노래하는 곳 (리커버 에디션)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생태소설과 추리소설, 그리고 사랑소설의 요소가 모두 갖춰진 소설이다. 어느 한쪽으로 이야기하기 힘들지만, 전체적으로는 생태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그동안 자연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살아왔던가. 자연 속에서 사는 사람을 '자연인'이라고 경외하는 경우도 있지만, 문명화되지 못한 사람들이라고 경원하는 경우도 많지 않았던가. 또한 자연에서 섭리를 배운 사람은 사랑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자연이 관대하지는 않지만, 인위적으로가 아니더라도 자연은 죽고 삶이 교차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사람은 죽고 삶에 대해서 자연과 같은 관점을 가지게 된다. 여기에 다른 행동을 하는 소위 문명인이 자연에 들어오면 그는 살아갈 수 없게 된다.
자연에서는 사랑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사랑을 하는 동안에 죽음도 함께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자연에서 벌어지는 일을 사람들 관계에 적용하면, 생태와 추리와 사랑이 함께 어우러질 수밖에 없다.
소설은 한 사람의 죽음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과거로 갔다가 다시 현재로 오는 과거-현재-과거-현재의 구성을 택하고 있다.
이렇듯 소설은 두 시간이 교차하다가 어느 한 지점에서 만나 진행이 된다. 어린 시절의 카야와 살인혐의로 재판을 받는 카야.
그 사이에 17년의 시간이 있다. 1952년에 엄마와 누나, 오빠들이 떠나고 아버지와 홀로 남게 되는 카야. 그러다 아버지마저 죽고.
1969년, 한 사람이 죽는다. 그 사람을 살해한 용의자로 카야가 지목되고, 카야는 재판을 받게 된다. 1970년. 카야는 무죄 선고를 받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단순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어릴 적 홀로 남겨진 소녀. 주민들에게 쓰레기 소녀, 마시(marsh:습지) 걸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하던 소녀. 그런 소녀에게 글을 가르쳐 준 테이트, 또 생활을 알게 모르게 도와주는 흑인 점핑 가족. 그리고 카야는 모르지만 뒤에서 조용이 카야를 응원하던 사람들.
사회에서 격리된 소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자연과 어울리는 일. 주변의 자연을 관찰하는 일. 엄마에게서 받은 그림 솜씨로 자신이 발견한 것들을 정리하고 그려내는 일.
이런 카야를 사람들은 쓰레기라고, 마시 걸이라고 부르면서 무시한다. 무시하면서 그냥 살아가게 하면 되지만, 남성적 욕망에 충실한 소위 문명인들은 카야를 가만두지 못한다. 외로움에 사람이 그리웠던 카야에게 다가와 카야를 이용했던 체이스. 카야가 거부하자 그를 겁탈하려고까지 한다. 겁탈에 실패했을 때 체이스가 생각하는 일은, 카야를 자신의 통제권에 두는 것.
자연에서 우두머리 수컷이 암컷들을 휘하에 거느리듯이 사회에서 인정받는(적어도 겉으로는) 생활을 하는 체이스는 카야가 자신을 거부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 지속적인 위협. 카야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자연에서 카야는 답을 찾는다.
재판과정에서 묘사되는 검사와 변호사의 논증도 재미있게 펼쳐지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사람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던 카야에게 그런 일은 너무도 고통스러웠으리라.
그들은 카야를 받아들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과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 재판을 관람한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하지만 카야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주는 사람도 있다. 테이트, 그는 비록 한번 카야를 떠나기는 했지만, 다시 돌아온다. 돌아와 카야에게 인간의 사랑을 느끼게 해준다. 물론 카야가 인간의 사랑을 느끼는 것은 흑인 점핑 부부에게서이다.
나중에 점핑의 죽음에 이르러 카야가 점핑은 자신의 아버지였다고 하는 말... 이는 카야도 이제는 자연에서만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카야의 눈을 통해서 우리는 많은 생명들을 만나게 되고, 카야의 운명을 통해서 인간이 자연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가를 알 수 있고, 그럼에도 테이트와 카야를 통해서 인간의 사랑이, 김남주 시인의 말을 빌면 인간의 사랑만이 줄 수 있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재판 결과를 향해 가는 시간이 서로 교차하면서 흥미를 자아내기도 하지만, 그 동안 카야가 살아온 삶들을 통해서 자연이 얼마나 소중한지, 카야가 함께 지내려 하는 자연이 우리에게도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 수 있다.
여러 특징이 융합된 소설이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