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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순양함 무적호 ㅣ 민음사 스타니스와프 렘 소설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최정인.필리프 다네츠키 옮김 / 민음사 / 2022년 2월
평점 :
스타니스와프 렘이 쓴 소설 읽기, 세 번째. 이번에는 우주 전함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설이다. 우주를 가로지르는 모험이 나올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렇지는 않다.
'우주 순양함 무적호'라는 제목만으로 보면 항공모함을 연상하게 하고, 우주를 가로지르면서 위용을 자랑하는 그런 소설일 거라 생각했는데,(제대로 보지는 않았지만 마치 스타트렉의 우주선처럼) 한 행성에서 실종된 또다른 우주선을 찾아가서 겪게 되는 내용이다.
즉, 낯선 행성에서 만나는 모험을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 행성에서 만나는 존재가 생명체라 아니라는데 이 소설의 특이점이 있다.
우주에서 우리는 진화는 생명들이 한다고 알고 있다. 무생물들은 진화를 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지금 연구하고 있는 로봇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과연 그럴까?
우리는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에서 진보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로봇들은 진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기계에도 있다고 한다면, 그때 세상은 어떤 세상이겠는가?
만약 그 기계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다른 존재들을 없애고, 자신들만의 행성을 만들었다면? 그 행성에 인간이 가서 개입하는 것이 옳은가?
이 소설은 그런 점을 생각하게 한다. 60년대에 기계가 진화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점도 놀랍지만, 그런 기계도 하나의 존재로 인정해야 한다는 작가의 생각이 놀랍기도 하다.
지금도 인공지능은 인간에게 종속된 존재로만 여기는 사람도 많은데... 인공지능이 아니더라도 복제인간을 어떻게 여길 것인가에 대한 논쟁도 많은데, 이 소설을 읽으면 인공지능이든 복제인간이든 인간의 손을 떠나서 자신들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다면, 거기에 인간이 개입해서는 안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많은 일들을 그 행성에서 겪은 뒤, 주인공은 로한은 이렇게 생각한다.
'과학자들 중 누구도 자신과 공감하지 못하리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이제 로한은 실종자들의 비극을 알리기 위해서, 더불어 이 행성을 지금 상태 그대로 놓아두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기 위해서 함선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모든 것이, 모든 장소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야. 그는 천천히 아래로 내려오면서 생각했다.' (316쪽)
어떤 행성이든 인간의 지배 아래 둘 수는 없다. 그 행성들은 행성들 나름대로 존재할 의미가 있다. 이는 다른 말로 하면 인간이 또다른 식민지로 다른 행성을 삼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여러 행성을 지구에 있는 다른 지역으로 바꾸어 말하면 지구에서 살아가는 각 존재들은 자신들의 삶을 꾸릴 권리가 있으므로, 그들의 삶을 자신들의 삶과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하거나 또 자신들의 삶에 맞추려고 강제해서는 안 된다고 할 수 있다.
이성이 없는 기계가 진화해서 자신들의 행성에서 살아가게 된다는 설정, 그리고 그 행성이 인간이 침입했을 때 벌어지는 일들. 그런 일들을 겪으며 인간이 깨달아 가는 과정. 이 과정이 이 소설에 잘 나타나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소설 속에 나타나는 알갱이와 같은 기계들, 그들은 하나의 개체로서는 약하지만 함께 뭉치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존재로 나오는데, 그것이 바로 집단지성의 모습이기도 하고, 진화의 결과이기도 하다는 쪽으로 소설이 전개되는데... 이 존재들이 영화 '빅 히어로'에 나오는 작은 자석같은 금속들을 떠올리게 했다.
그것들도 하나의 개체는 독립적이지만 약한 존재인데, 결합하면 어떤 형태로든 변신이 가능하고 또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데, 이 소설에 등장하는 알갱이들도 그러하다. 마치 구름처럼 몰려다니며 위력을 발휘하는 존재들.
하여 60년대 상상력이 현대에 영화에도 반영이 되고, 과학기술의 발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데, 그런 점보다도 인간 우선주의를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이 소설에서 읽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점이 바로 인용한 로한의 생각에 담겨 있다고 본다. 로한의 생각처럼 과학자들은 공감하지 않겠지만. 아니, 공감하는 과학자도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이 소설 속 과학자들과는 다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