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민음사 스타니스와프 렘 소설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이지원 옮김 / 민음사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주 오래 전에 나온 소설. 1960년대 창작된 소설이라고 한다. 우주를 배경으로 상상력을 발휘한 소설인데... 


지금 읽어도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소설이다. 여전히 우리가 꿈꾸는 모습들이 소설 속에 나오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라는 제목으로 우주 여행을 하면서 겪은 일들을 서술하는 부분. '이욘 티히의 회고록'이라는 제목으로 그가 만난 사람들에 대한 회상이 실린 부분, 그리고 끝으로 이욘 티히의 청원서가 실려 있는데, 얼핏 잘못 읽으면 사실을 다루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소설이기 때문에 허구이고, 상상의 세계이긴 하지만, 이 상상의 세계가 허무맹랑하다고만 할 수는 없다. 실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우리가 여전히 실현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우주를 여행하는 일은 아직도 멀다. 이 소설에서처럼 우주 이곳저곳을 여행하면서 상상을 넘어선 경험을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말로 우주를 여행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어떻게 알겠는가. 평행우주란 말이 있고, 시간의 뒤집힘이란 말도 있는데, 내일의 내가 오늘의 나를 만나는 일이 생기지 않으란 법이 어디 있는가.


이 소설 첫번째 부분이 바로 이렇다. 한 편의 코미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소설인데, 우주선이 고장났다. 고쳐야 한다. 그런데 혼자서는 할 수가 없다. 누군가는 잡아주어야 너트를 조일 수가 있는데, 우주선에는 혼자만 타고 있다. 


우주선에는 나 혼자만이 있어야 하는데, 시간이 뒤집힌 세계에서 나는 혼자가 아니다. 또다른 나'들'이 우주선에 있다. 그들은 오늘이 월요일이라고 하면, 화요일의 나, 수요일의 나, 토요일의 나, 일요일의 나 등으로 미래의 '나'가 시간의 뒤틀림으로 우주선에 동시에 나타난다.


이거야 원. 이런 나'들'이 얽히고 설킨 관계를 유지하다가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소설 첫부분을 이루고 있다. 


이렇게 소설은 이욘 티히의 우주 여행을 배경으로 삼고 있는데, 이욘 티히가 우주 여행을 하면서 겪게 되는 온갖 일들을 여러 일지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그 중에는 지금 우리가 생각할 수도 있는 일들이 있는데... 역사적인 사건들을 교묘하게 비틀어서 소설 속에 등장시키기도 한다.


종교에 대한 비판도 있고, 정치체제에 대한 비판도 소설 속에서 찾을 수가 있다. 여기에 두 번째 부분이라 할 수 있는 회상 부분에서는 인공지능에 대해서, 영혼에 대해서 지금도 분명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들을 소설을 통해서 고민하게 하고 있다.


인간이 달에도 가지 못한 때, 인공지능 로봇이 존재하지도 않았던 때, 이 소설은 이미 지금 우리가 만들어가려고 하는 로봇들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러한 길로 가려는 과학자들을 보여주고 있고. 


현실에서 이루어지기 힘든 일들이라기보다는 우리들이 계속 추구해 나가는 일들이 이 소설 속에 나타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소설의 끝에 실린 '우주를 구하자: 이욘 티히의 탄원'을 보면 우주 문제를 지구 문제로 국한시키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소설 속에 나온 문장을 보자. 이 문장이 어찌 과거의 문장이라 할 수 있겠는지...


'이런 변덕스러운 욕심을 충족시키고자 우리는 우주의 에너지를 낭비하고, 운석과 행성을 오염시키고, 대보호 구역의 재정을 텅 비게 하고, 우주에 한 발짝 내딛을 때마다 오만 가지 쓰레기를 버리면서 전 우주를 거대한 쓰게리 폐기장으로 만들고 있다. 이제는 우리가 지켜야 할 원칙을 기억하고, 적극적으로 실행할 때다. 단 한 순간도 지체할 수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서, 나는 우주를 구하고자 경종을 울린다.' (563쪽)


과학적 지식과 더불어 역사, 철학, 문화적 지식이 있으면 이 소설을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단 생각을 한다. 소설 속에 나타난 비판의식을 찾아 읽는다면 더 재미가 있을테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