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마리 여기 있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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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을 때 "이런 사람 꼭 있다!"는 말이 떠올랐다. 시작하자마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브릿마리는 남을 평가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절대 아니다.' (11쪽) 이 말이 얼마나 많이 반복되는지.


이 말은 곧 그런 사람이라는 말로 들린다. 우리 주변에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하는데, 꼭 그런 사람이 있지 않은가.


평가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평가하는 사람, 고지식하지 않다고 하면서 고지식한 사람, 눈치가 없지 않다고 하면서 눈치가 없는 사람 등등.


우리 주변에는 남과 잘 소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꼭 있다. 이상하게 자기 이야기만 하는 사람. 그럼에도 밉지 않은 사람. 브릿마리는 그런 사람이다. 


베크만 소설을 몇 권 읽으니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자기 나름대로 고집이 있고, 자신의 방식대로 세상을 살아가지만, 내면에는 따뜻함을 지니고 있으며, 자신보다 약한 사람에 대해서는 애정을 지니고 있음을 알게 된다.


브릿마리 역시 마찬가지다. 청소에, 정리에 강박이 있는 듯이 행동한다. 하지만 그런 행동이 밉지 않다. 오히려 웃음을 자아낸다. 60이 넘어서 남편을 떠나 일자리를 얻어 생활하려는 브릿마리. 그런데 그 과정이 만만치 않고, 자신처럼 떨어져 나온듯한 동네 보르그에서 임시 일자리를 얻는다. 그것도 실수로.


하지만 여기서 브릿마리는 싫어하던 축구와 인연을 맺게 된다. 그것이 어찌 자신의 의도대로 되겠는가. 그냥 어느 순간 자신에게 다가오고, 그것을 거부하지 못하게 된다. 브릿마리에게 축구란 그렇게 다가온 존재가 된다.


보르그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보르그에 대한 편견을 브릿마리가 지니고 있지 않다고 아이들은 여긴다. 그 순간부터 아이들은 브릿마리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함께 지내게 된다. 축구에 축자로 모르는 브릿마리를 코치로 영입하려 한다. 물론 코치가 있어야 대회에 나갈 수 있어서이긴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서로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이 소설 속에서 펼쳐진다. [오베라는 남자]에서 오베와 이주민들이 마음을 열어가듯이, 이 소설에서도 브릿마리와 보르그 사람들이 마음을 열어간다. 그렇다고 작가는 뻔한 결말을 보여주려고 하지는 않는다.


왜 브릿마리가 청소에 집착을 했는지, 청소할 때 쓰는 물건에 그리도 집착을 하고, 정리(리스트)에 매달리는지가 소설을 읽으면 하나하나 드러난다. 브릿마리 역시 남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거다, 


브릿마리는 남을 의식하는 삶을 살았다. 그런 삶을 60이 되도록 살았는데, 자신의 삶이 무엇이었을까? 자신의 꿈은?


그 꿈은 과거에 묻혀버리고 말았는가? 아니, 사람이 지닌 꿈은 묻혀 있지 않다. 꿈은 언제고 다시 나오게 된다. 


그렇다. 우리 주변에는 브릿마리와 같은 사람이 꼭 있다. 자신의 꿈을 다른 사람을 의식하면서 실현하려고 하지 않는 사람. 또 자신이 생각을 직설적으로 말하는 사람. 그럼에도 어려운 사람에 대해서 애정을 지니고 있는 사람.


그 사람들에 대해서 편견을 지니지 않고 보아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꼭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통해서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해진다.


읽는 재미도 있고, 읽으면서 브릿마리가 변해가는 과정도, 또 보르그 사람들과 어울리는 과정도 재미있다. 재미있기도 하고 브릿마리처럼 실현하려 하지 않은 꿈이 있는지도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소설은 읽으면서 재미도, 또 자신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물론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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