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 [빅이슈 281호]는 여름을 특집으로 삼았다. 여름이 끝나갈 때, 여름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하는 잡지.


  우리는 여름을 더위와 비로 겪지만, 그런 겪음을 통해서 여름을 보내면서 어떤 아쉬움을 느끼기도 한다.


  여름이란 자고로 더워야 한다고... 무성한 녹음 속에서 더위를 피하기도 하지만, 그 더위를 온몸으로 겪기도 해야 한다고.


  물론 더위로 인해서 너무 고통을 받는 사람이 나오게 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여름이라고 해서 생각이 났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번 호는 여름에 청량한 마음이 들게 한다.


여름에 보면 좋은 영화, 음식들을 소개하고 있어서 그 점도 좋았고. 특히 이 말... 서로가 함께 지내야 할 때 지녀야 할 기본적인 자세가 아닌가 한다.


'이해란,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데서 나오는 게 아니라 충분한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신뢰에서 시작된다' (43쪽)


여름의 끝에서 이 말을 생각한다. 이해, 서로 함께 지내는데 필요한 신뢰에서 시작한다고. 이런 신뢰를 통해서 이번 호에 실린 '늦게 철들 수 있는 권리'를 읽어보면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부분을 깨닫게 된다.


얼마 전에 만5세 초등학교 입학을 추진했었는데, 일찍 철 든 아이들이 어떤 아이들인가 하면 그 아이들은 대학교에 진학하기보다는 일찍 사회 생활을 하는 아이들이다. 약 5%. 반대로 늦게 사회에 진출하는, 소위 명문대라고 하는 대학을 나온 아이들도 약 5%.


그러나 이 두 집단을 대하는 태도는 엄청나게 다르다. 그들이 나름대로 하고 있는 고민들에 대해서 과연 얼마나 고려하고 배려하고 있는지.


일찍부터 취업하는 5%들과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하는 사회에서 인정받는 5%를 비교해보면 과연 우리는 누구를 이해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이 글 마지막에 있는 문장 둘. 


'가난하게 태어나도 너무 빨리 철이 들 필요가 없는 사회를 희망한다. 아이가 천천히 철이 들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어른들의 의무라고 생각한다.'(17쪽)


그런데, 무슨 만5세. 초등학교 취학. 더 일찍 철 들라고 강요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 적어도 이 글이 그들에게 읽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주로 가난한 집의 아이들이 일찍 철 들었는데... 그것을 일률적으로 앞으로 당기고 싶어하니, 그래도 능력 있는 집에서는 아이들이 철 들 시간을 더 늦출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사회가 더 빨리 철들라고 하는 꼴이 되니...

 

[빅이슈]를 읽으면서 몇 년째 읽으면서 그러한 시간들이 빅이슈를 신뢰하게 만들고, 또 빅이슈를 이해하게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


이제 곧 가을이 올 것이다. 힘든 여름을 난 사람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가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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