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제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임솔아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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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공통점을 찾으려면 찾을 수도 있겠지만, 한 편 한 편이 자기만의 세계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이 시대의 모습이 잘 드러나고 있다고 봐야 하는데, 짧은 단편 소설들 모음이지만 소설 속에서 우리 사회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서수진이 쓴 '골드러시'를 보면 한국에서 살기보다는 외국에서 살기를 선택한 사람 이야기가 나온다. 한때 이민을 가려고 하는 젊은이들이 많았다. '헬조선'이라는 말로 우리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고 하던 사람들.


그러나 그들이 꿈꾸었던 골드러시가 실현되었을까? 많은 사람들에게 골드러시는 환상으로 끝나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고통과 환멸만 남겨놓은. 그럼에도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 소설은 그런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김멜라가 쓴 '저녁놀'은 발상이 재미있다. 딜도가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한다. 성소수자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들이 살아가기에는 녹록치 않은 현실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소설은 남성 중심의 서사를 뒤집는다.


딜도가 다른 쓸모를 얻게 되는 과정에서, 함께 살아가는 두 사람의 마음이 따스하게 다가온다. 서로를 위하는 마음. 함께 하려는 마음. 그럼에도 세상은 참 살기 힘든.


새로운 관점에서 성소수자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읽으면서 어떤 비장감을 느끼지 않아서 좋은 소설이다.


이 소설과 다른 쪽에서 김지연이 쓴 '공원에서'를 읽을 수 있다. 이 소설은 비장하다. 자기의 언어를 갖기 힘든 상태가 나온다. '저녁놀'에서는 성소수자인 그들은 그들만의 언어를 지니고 살아간다.


그렇다. 자기 언어를 지니고 있느냐 없느냐는 살아가는데 무척 중요하다.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과 자기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 지금은 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성소수자들은 여전히 자기 이야기를 잘 하지 못한다. '저녁놀'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자기들 이야기를 남에게 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이 소설에서 평온한 분위기를 느끼게 되는 이유는, 이들은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어 쓰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모텔을 이들은 도서관이라고 부른다. 사랑을 나누는 행위를 책을 읽는 행위로 치환하고, 그렇게 부르고 있기 때문에 소설은 평온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반면에 '공원에서'의 주인공은 자신의 말을 하지 못한다. 사회적 통념에서 자기 말을 했다가는 오히려 피해자에서 비난을 받을 행동을 한 사람으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사회의 모습이기도 한데... 이런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피해자는 자신의 언어를 지니고, 자기 이야기를 하기 힘들다. 그에게는 자체 검열 기제가 작동한다.


그래서 '공원에서'의 주인공이 자신의 감정을 발산할 때 쓰는 말은 비명일 수밖에 없다. 언어로 정제되지 않고 나오는 비명, 이 비명은 절박함에서 나오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가 닿지는 않는다.


'공원에서' 결말 부분에서 주인공은 다른 존재에게서 위로를 받기는 하지만, 그 위로가 삶을 바꿀 수 있게 되고, 자신의 언어를 지니게 될지는 모른다. 아직도 진행 중이다. 약한 사람들의 자기 언어 갖고 말하기는.


나머지 네 편의 소설들에서는 '쓰기'를 발견한다. 쓰기. 언어로 남기기라고 할 수 있는 행위. 이 쓰기에는 주술적인 면도 있다. 언어에 주술이 담겨 있듯이... 


임솔아가 쓴 '초파리 돌보기'에서 소설의 결말이 어떻게 되는가와 사람의 건강이 연결이 되고, 김병운이 쓴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에서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 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고, 김혜진의 '미애'에서는 삶을 위해서 포기할 수 없을 때 편지를 쓰게 되는 장면으로 소설이 끝난다. 서이체가 쓴 '두개골의 안과 밖'에서는 살처분되는 광경을 언어로 어떻게 남겨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나타나기도 하고.


모두 쓰기의 효용성을 다루고 있는데, 쓰기는 바로 자기 언어로 자신의 삶을 남기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쓰기를 통해서 증인이 되기도 하고, 쓰기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기도 하며, 쓰기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기도 한다.


이렇게 쓰기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언어를 지녀야 한다. 언어, 우리 삶을 다른 삶과 연결시켜주는 역할도 하지만,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게도 한다.


'골드러시'에서 영주권을 얻게 되는 과정에서 영어라는 언어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그 언어로 인해서 삶이 어떻게 뒤틀리는지도 만나게 되고, '초파리 돌보기'에서는 산업재해를 다룬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보다는 쓰기를 통해서 사람이 치유되는 모습이 나타난다. 그만큼 언어, 쓰기의 역할이 잘 드러난다고 할 수있다. 


그러므로 이번 수상작품집을 읽으면서 언어와 쓰기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져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한 편 한 편 흥미 있는 소재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주고 있어서 좋았던 작품집이다. 다음 작품집도 기대하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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