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시집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시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시집에 실린 시의 화자들이 주로 청소년일 경우가 많다.
어른이 된 시인이 쓰더라도 청소년이 되어 그들 처지에서 이야기해 나가고 있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읽으면 아, 이건 내 이야기구나! 하고 느낄 수가 있다.
자신과 비슷한 감정을 시에서 만나면 시를 친숙하게 여기고, 자신을 돌아볼 수가 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 그래, 그럴 수도 있구나 이런 생각들.
손택수가 쓴 이번 시집에서는 청소년이 화자가 된 시들도 많지만, 어른이 된 화자가 청소년기를 회상하면서 쓴 시가 있다.
아마 이런 시들은 청소년들보다는 어른들에게 더 다가올 수 있겠단 생각이 드는데... 특히 어린 시절 멋모르고 행동했던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를 보게 되면, 이 시집은 청소년들만이 아니라 어른들이 읽어도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내 마음의 쿤타킨테'(78쪽-81쪽: 길어서 인용은 포기)라는 시는 나도 이런 부끄러운 짓을 했던 적이 있지 않았을까, 공연히 얼굴이 붉어지는, 그러면서 마음 한 켠에 아릿해지는 경험을 하게 한다. 이 시는 또 이야기가 있다. 서사가 있다고 해야 할까? 읽으면서 한 편의 아주 짧은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 반전이 있는 꽁트를 읽는 느낌도 준다.
또 이 시와 일맥상통하는 '소년3'(86쪽-87쪽)이란 시도 있다. 시인이 자라면서 겪었던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그런 일들이 시에 나타나 있으며, 세월이 흐른 뒤에, 소년 시절에 했던 부끄러운 행동을 생각하고, 그런 행동을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나타난 시들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그때는 자신이 당당했고, 짝이 부끄러움을 느끼고 잘못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에 와서 보면 자신이 부끄럽고 잘못된 행동을 했으며, 짝의 모습은 결코 비난받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이 청소년시집은 청소년 화자로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어른 화자가 나와 청소년기에 한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는 모습을 보여주는 시가 있어서 더 좋다. 반성하는 어른, 그것이 형식적인 반성이 아닌, 살면서 깨달은 반성이라는 점이 청소년들의 마음에 다가갈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이렇듯 청소년기는 완전히 굳어버린 시기가 아니다. 도종환이 쓴 시 '흔들리며 피는 꽃'도 있지만 청소년기는 흔들려야 한다. 다만 끝까지 흔들리기만 해서는 안되고, 그 흔들거림에 다른 사람을 실을 수 있어야 한다. 손택수 시는 그 점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흔들의자
흔들려야지
흔들의자 위에서는
파도치는 바다라도 가는 듯이,
해일이라도 치는 듯이
흔들림이 나를 덩실 춤추게 하고
균형을 무너뜨리는 흔들림이 새
균형을 낳도록
흔들려야지
흔들릴 줄 모르는 게 병이 되지 않도록
중심을 잡느라 딱딱하게 굳어지는 일이 없도록
내게 방황할 자유를 주세요
내게 제발 고민할 시간을 주세요
내게 절망할 기회를 주세요
흔들의자의 리듬이 저의 호흡이 된다면
누구든 편하게 와서 안기지 않을까요
흔들려야지
흔들의자 위에서는
앞으로 쏟아지는 힘으로
뒤를 돌아보며
손택수, 나의 첫 소년. 창비교육. 2019년 초판 5쇄. 92-9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