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을 읽으며 마음이 편안해진다. 편안해지면서 따스해진다. 세상이 마냥 평화롭다. 평화로워야 한다. 그렇게 시인은 갈등이 많은 세상에서 우리에게 평화를, 위안을 가져다 준다.


  시집은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시인과 아내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세상을 바라보는 자세, 시인으로 살아가는 모습 등등... 


  여기에 '못난 시인의 기도3'이란 시가 있다. '시를 쓰는 시간만큼이라도 / 딱 그 시간만큼이라도 / 세상이 고요해질 수 있다면 / 날밤을 새워 시를 쓰겠습니다' (39쪽)라고 하는 시인.


  이런 마음을 지닌 시인이 쓴 시를 읽으면서 어떻게 마음이 따스해지지 않겠는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세상을 위해서 마음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시인은 시를 통해 잊지 않게 해주고 있다.


이런 잊지 않음, 기억은 시인의 친구들에게로 확장이 된다. 이미 세상을 떠난 친구들의 전화번호를 지우지 못하는 시인. 그 전화번호를 그대로 둔다고 한다. 왜? '언젠가는 / 하늘나라에서 / 만날 수 있을 테니까 // 서로 떨어진 곳에 있으면 / 전화 걸어 / 막걸리 한잔 해야 하니까' (32쪽)라고 한다.


2부에서는 이웃사람들로 시상이 확대된다. 농촌에서 살아가는 시인이 함께 살아가는 농민들 이야기를 시로 우리에게 들려준다. 젊은이가 거의 없는 농촌의 현실이 시에 나타나고 있지만, 그렇다고 우울하지만은 않다. 그런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 '하도 구슬파서 웃었겄지'(슬퍼서 웃는 사람들 부분. 48쪽)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3부는 자연으로 더 시상이 확장된다. 사람이 사람과만 살 수 없고, 자연의 일부임을 시를 통해서 알게 된다.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이 '간식거리와 저녁거리'(88-89쪽)라는 시에 너무도 잘 드러난다.


우리에게는 간식거리인 고구마가 새들에게는 저녁거리임을, 그런 저녁거리를 '간식거리 고구마말랭이를 / 어디 겁도 없이 훔쳐'(88쪽)라고 큰소리를 친 뒤 곧 놀란다. 왜냐하면 '오늘 당장 / 때까치 식구들 먹을 / 저녁거리가 마당에 떨어졌는데 // 어린 새끼들이 배가 고파 / 꼬르륵 꼬르륵 / 밤새 잠 못 들지 모르는데' (89쪽)라는데까지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다.


이런 시인이 쓴 시를 읽으면서 어떻게 마음이 따스해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런 시를 읽으면 마음에는 평화가 찾아올 수밖에 없다. 


4부는 새로운 가족 이야기다. 시인의 아들이 결혼했나 보다. 그런데 새식구와 함께 지내는 모습이 1-3부에 나온 시들에서 보여주는 시인, 마을, 자연과 비슷하다. 


서로 배려하면서 함께 살아가려는 모습. 그런 모습에 마음이 뭉클해진다.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우리 그렇게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바로 이 시집에 나온 시들처럼... 시인처럼... 그렇게.


그 중에 짧은 시.. 그러나 정말 마음에 새겨두어야 하는 시.


   감골 할머니의 쓴소리


돌아댕기는 곡식을 줏으면 사램을 살리지만은, 


돌아댕기는 말을 줏으면 사램을 직이는 기라.


서정홍, 그대로 둔다. 상추쌈. 2021년 초판 3쇄. 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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