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읽는 변호사 - 양지열 변호사의 그림 속 법 이야기
양지열 지음 / 현암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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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읽는 변호사라는 제목보다는 그림으로 법을 알려주는 변호사라고 하면 이 책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다. 그림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법에 대한 이야기가 많고, 그림은 법을 이야기하는 계기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총 20개의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림을 감상할 수도 있고 (다만, 그림이 흑백으로 되어 있어서 그림 자체를 감상하기는 좋지 않다), 그 그림에 대해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림에서 발견할 수 있는 법을 찾아내는 재미도 있고.


무엇보다도 그림과 법을 연결시켜서 지식을 확장한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법을 무시하고는 살 수 없으니, 법을 가깝게 생각할 수 있게 해주고 또 십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의미가 있다.


여기에 법이라고 어렵게 설명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 법전을 보면 검은 것은 글자요, 하얀 것은 여백인데, 글자들을 읽을 수는 있지만, 그 글자들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는 알기 어렵다. 이 책에서도 여러차례 언급하고 있듯이 우리나라 법전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기본 원칙에서 벗어나 있다.


'사람마다 제 뜻을 쉽게 펼치도록'하기 위해서 한글을 창제했는데, 한글로는 쓰였지만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는, 대다수의 국민을 문해력이 거의 없는 상태로 몰아가고 있는 법전에 대해서 이 책의 저자 역시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비판을 토대로 저자는 법을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쉽게 설명하기 위한 단서로 그림을 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흥미를 유발하고, 흥미에 그치지 않고 좀더 깊게 나아가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시작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고야 그림 '벌거 벗은 마하'로 시작한다. 누드화. 음란물. 죄가 될까 말까? 고야는 이 그림으로 법정에 서기도 했다고 한다. 고야가 살았던 시기는 종교적 엄숙함이 지배하던 시기였으니, 누드화라고 해도 신화 속 인물들을 그린 그림들이 대세를 이루던 시대였으니 그렇다고 쳐도 현대에 들어 우리나라에서 이 그림으로 문제가 된 적이 있다고 하니...


모르고 있던 사실인데, 성냥을 집들이 선물로 주던 시절에 성냥갑에 고야의 이 그림, '벌거 벗은 마하'가 새겨진 상품이 있었다고 한다. 결과는? 모두 몰수되어 불태워졌다(23쪽)고 한다.


그런데 과연 음란물과 누드화의 기준이 무엇일까? 이런 의문에서 법으로 옮겨간다. 법에서는 이를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자. 지금 시대에 누가 고야의 '벌거 벗은 마하'를 음란물로 보는가? 명작이라고 하지 않는 사람은 있어도 음란물이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시대가 변했다고 해야 하나. 그렇다면 음란물을 보는 관점도 달라져야 하고, 법적 잣대도 달라져야 한다. 그만큼 달라지기도 했을테고.


그래서 예전엔 음란물로 처벌받았던 이 그림을 요즘은 처벌할 수가 없다. 음란물에 대한 법적 판단도 '그 내용이 성욕을 자극하고 보통 사람의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자극하는 것으로 선량한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을 말한다' (20쪽)고 했다가 최근에는 '전적으로 또는 지배적으로 성적인 흥미에만 호소할 뿐 전체적으로 보아 하등의 사회적 가치를 지니지 않은 것' (23쪽)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이렇게 이해하기 쉽게 법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하나하나 다양한 법에 대한 이야기를 그림을 통해서 하고 있으면서 마지막 장에서는'헌법'이야기로 끝맺고 있다.


우리 삶을 보장하는 최고의 법인 헌법. 그러나 이 헌법에 강제력이 있을까를 생각해 보자고. 위임받은 통치 권력이 헌법에서 시키는 대로 위임받은 일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헌법대로 하라고 요구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강제력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368쪽)


정말 문제다. 전 대통령인 박근혜를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국정농단을 행해도 국민들이 그를 끌어내릴 절차가 없다.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나설 뿐이다. 국민들에게서 권한을 위임받은 국회의원들이 탄핵소추를 하지 않는다면 탄핵 심판으로 갈 수도 없다. 또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을 기각한다면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나선 뜻이 반영되지도 않는다.


국민들에게 주권이 있다는 헌법이 강제력을 지니고 있지 않으니, 결국 국민들 역시 투표권 말고는 힘이 없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니 국민들이 함께 모여 촛불을 들거나 시위를 하게 된다. 그리고 이 시위를 통해서 험법이든, 법률이든, 정치권력이든 바꿀 수밖에 없음을... 들라크루아의 그림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법은 우리 생활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 오히려 법은 우리 생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법을 알아야 한다. 또 법이 어려워서는 안 된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표현되어야 한다. 법전은 그렇게 바뀌어야 하고... 법이 국민들 위에 군림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법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지 국민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다. '검찰'에 대해서 논의가 많은 요즈음, 법에 대해서 이 책을 통해서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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