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욤비 - 한국에서 난민으로 살아가기
욤비 토나.박진숙 지음 / 이후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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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머리에 떠오른 책이 있었으니, 그것은 홍세화가 쓴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다. 오래 전에 나와 많은 사람에게 읽힌 책. 우리나라와 프랑스를 비교한다기보다는,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가, 프랑스로 망명한 홍세화의 삶 이야기에서 느낀 바가 많았다. 


그만큼 우리나라도 민주화가 되기 전에는 탄압을 받고 이 땅에 살지 못하고, 다른 나라로 도피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독재시대만이 아니다. 6.25전쟁 때도 마찬가지 아니었던가. 남과 북에 남기를 거부하고 제3국을 선택한 사람들. 그런 사람들도 난민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망명자들은 난민이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자기가 살던 땅을 벗어난 사람들.  


우리나라에서 외국으로 간 사람들 이야기에는 공감하면서도 외국에서 우리나라로 망명신청을 한 사람들에게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온갖 핑계를 대면서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난민을 받아들여 난민으로 인정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난민 숫자도 많지 않고. 


이 책을 읽어보면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와 다른 점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난민이 되면 자기 나라에서 누렸던 지위를 누리기는 힘들다. 그렇지만 최소한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욤비 씨의 경우는 난민으로 인정받는데도 몇 년이 걸렸고, 그 동안에는 취업도 제대로 하지 못해, 고생을 했다고 한다.


그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박해를 받아 탈출을 하고, 우여곡절 끝에 우리나라에 왔음에도 우리나라에서는 그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랜 세월동안 소송을 해서 결국 난민 지위를 얻고, 가족들까지 우리나라에 오게 했지만, 이는 욤비 씨가 운이 좋았다고밖에 할 수가 없다. 그는 우연히도 좋은 사람들, 또 법에 능통한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욤비 씨와 같이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은? 난민 심사에 통역관조차 제대로 배정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또한 심사 기간 중에 거처할 장소나 생계를 유지할 수단이 없다면? 암담하다. 살기 위해서 다른 나라로 왔는데, 그 나라에서 더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된다. 여기에 차별이 겹친다면?


욤비 씨가 겪은 일 가운데 초반은 이런 일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그는 무척 힘든 일을 겪었다. 다행히 큰부상을 당하지 않았고, 법조계에 있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어서 난민 인정을 받았지만, 욤비 씨의 경우가 특별한 경우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가 다른 난민들을 위해 일을 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신이 운이 좋았다고 거기서 멈추면 안 된다. 운이 아니라 자기 나라에서 탄압을 받아 살기 힘든 사람들은 당연히 난민 지위를 받아야 하고, 다른 나라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의무이기 때문이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우리나라로 난민 신청을 해서 지금은 난민 지위를 얻고 난민으로 살아가는 욤비 씨. 그들을 난민으로 인정한 순간부터는 자국 사람으로 인정하고 함께 살도록 해야 하지 않나. 


비록 지구가 여러 국경으로 나뉘어 각 나라마다 일정한 벽이 있지만, 그 전에 우리는 인류라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는 지구에서 살아가는 인류다. 그러니 이동의 자유가 있어야 하고, 이동했을 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그 나라에서는 제공해야 한다. 억지로 막고 추방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우리나라는 난민 인정에 인색하다. 그러나 난민에 대한 인식은 점점 나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세계의 일원이기 때문이고, 우리나라 사람들도 한때 이런 난민 생활을 겪은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욤비 씨는 다시 콩고로 가서 콩고의 민주화를 이루고 싶어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그는 우리나라에서 더 열심히 살아간다.  이 책에 나온 욤비 씨의 삶을 통해 난민에 대해서 더 깊게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져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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