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을 위한 재판 - 소년부 판사, 소년법을 답하다
심재광 지음 / 공명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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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주로 해야하는 역할이 무엇일까? 처벌일까? 교화일까? 법을 통해서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경우가 많고, 구치소, 교도소는 그런 목적으로 설치되어 있기도 하다.


소위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사회로부터 격리해서 다른 선량한 사람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그러나 그들을 영원히 가둘 수는 없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언젠가 교도소에서 나온다. 사회 생활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교도소가 하는 일은 무엇일까? 


가둬두는 데서 그치지 않고 같은 잘못을 다시 저지르지 않도록 해서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어울리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코스타리카에서는 교도소가 거의 호텔급이라고 했는데, 그만큼 그들에게 사회에 대한 반감을 갖도록 하지 않고, 다시 사회에 나가서 생활할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하도록 한다고 하는데... 반대로 그냥 가둬두기만 하는 교도소는 그들이 출감했을 때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게 만든다.


영화 '쇼생크 탈출'을 보라. 감옥에 오랫동안 갇혀 있던 사람이 출옥을 했을 때 사회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많은 사람들은 적응을 하지 못해 같은 범죄를 또 저지르거나 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음을 그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성인들도 그런데, 아이들은? 소년들은?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서 마냥 격리시켜 가둬두는 방법이 좋은 방법일까? 소년에게는 무기징역도 없는데, 그들이 길어도 20년이면 나올 수 있는데, 그냥 가둬두기만 한다면, 나중에 어떻게 될까? 


사회에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많다. 왜냐하면 그들은 변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그들을 변하게 해서 사회에서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할 것인가?


바로 여기에서 소년법은 출발한다고 할 수 있다. 격리, 처벌보다는 교육을 통한 반성, 그리고 새로운 삶을 찾도록 기회를 주는 일. 어쩌면 성인 범죄를 다루는 일보다 소년들의 범죄를 다루는 일이 더 어려울 수 있다. 그냥 법대로 딱딱 자를 수 없기 때문에...


이 책은 소년부 판사가, 소년법을 설명하면서,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만났던 소년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고 있다. 소년부 판사가 직접 썼기 때문에 소년을 위한 재판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절차나 결과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을 하고 있다.


소년들에게는 성인과 같은 형사처벌보다는 소년법으로 재판을 하는 것이 더 유용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소년들의 범죄에 너무 관대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결코 그렇지 않다고... 지금 소년법으로 처벌을 받는 소년들은 성인과 같이 형사처벌을 받는 것보다 더 강도 있게 처벌을 받고, 또 변화가능성을 이끌어 내어 사회에 유익하다는 점을 사례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촉법소년이라는 말이 언론에 오르내린 적이 많은데, 이들에 대한 처벌이 너무 가볍다는 의미로 촉법소년이란 말을 썼는데,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고... 촉법소년이라도 이들에게 합당한 징계를 하고, 또 촉법소년이 행동에 변화를 일으켜 사회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소년법이라고 말하고 있다.


각종 교육이 이루어지고, 그 교육의 결과가 재판부에 통보가 되며, 통보 내용에 따라 소년들에 대한 재판부의 판결이 달라진다는 점... 


그렇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소년들의 범죄를 처벌하려고만 했지, 그들이 반성하고 행동을 교정하도록 하는데는 인색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재판부에서 교육을 보내려고 해도 마땅히 보낼 교육기관이 많지 않고, 또 성과가 있는 교육기관은 이미 포화상태인 경우가 많으며, 소년이 지내게 되는 소년원이라든지, 위탁시설 역시 열악하다는 내용을 읽으며, 또 만14세가 지나 소년부로 배당이 안 된 소년들은 어른들과 같은 공간에 갇혀 지내면서 안 좋은 쪽으로 더 변해가기도 한다는 내용을 보면서, 무엇보다도 소년들의 행동을 교화할 수 있는 기관이 더 확충이 되어야 하고, 그런 시설 쪽에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가해자에 대한 징계도 중요하지만 피해자가 더 이상 상처를 입지 않도록 하는 일, 상처를 이겨내도록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직도 부족하다는 지적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렇다. 피해자가 상처를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 


소년법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 소년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징계 조치들, 1호부터 10호까지.. 그 조치들의 성과와 한계, 그리고 소년법에서 미진해서 개정했으면 하는 부분들까지, 이 책을 순서대로 읽어나가면 왜 소년법이 있고, 그 법으로 소년들을 대하는지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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