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아트 - 예술을 영원히 뒤바꾼 여성들
발렌티나 그란데 지음, 에바 로세티 그림, 아이오와 편집부 옮김 / 아이오와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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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다. 누구의 말이냐가 중요하다.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존재들이 있다. 이들은 소리를 내더라도 철저하게 묻힌다. 다른 소리들에 의해. 또 소리를 낼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상황으로 내몰린다.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가만히 있으라. 아무 소리도 내지 마라. 


하지만 사람이 어떻게 소리를 내지 않고 살 수 있나? 침묵은 금이라고... 웅변은 은이라고. 이는 평소에 자기말을 할 수 있는, 또는 자기 목소리를 지나치게 많이 내고 있는 사람들에게나 해당하는 말이다.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침묵은 굴종이고, 웅변은 저항이다. 그런 저항도 할 수 없는 상태로 놓아두려고, 그들의 목소리를 억누르려고 하는 움직임이 많다. 그동안 지녀왔던 자신들의 이익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집단들도 많다.


이는 불평등이다. 사람은 지위, 성별, 국가, 연령, 인종 등등에 의해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한다. 당연한 일이다. 사람이 사람이라고 인식되는 이유는, 많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통점이 더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람과 동물을 너무도 쉽게 구분한다. 그만큼 우리는 사람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사람이기때문에 사람으로 인정받고 대우받아야 한다. 당연한 이 말이 당연하지 않으면 문제가 된다. 지금까지는 이런 문제가 많았다.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들. 그래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로 인해 세상은 점점 더 평등한 쪽으로 변화해 왔다. 


아직 평등이 완전히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것은 되돌릴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다. 어떤 형태로든 다시 과거로 되돌릴 수 없다. 지금까지 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는데...


예술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한때 여성들에게는 '여류'라는 말을 붙였다. 남성들은 그냥 화가나 작가라고 하고, 여성에게는 '여류'화가, '여류'작가라고 했다. 차별인지도 모르고 쓰던 말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예술계에서도 이런 '여류'란 말은 이제 잘 쓰지 않는다. 


그러나 아직도... 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다. 시대의 흐름을 되돌리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되돌려서는 안 되고, 되돌릴 수도 없는데, 자꾸만 되돌리려고 해서 갈등을 일으킨다. 지금까지 이뤄왔던 성과들을 뒤로 돌리려고 하고 있다. 그건 아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이 책은 예술계에서, 특히 미술계에서 성평등을 지향했던 화가들 이야기다. 네 사람(?)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 게릴라 걸스는 한 사람이 아니다. 단체라고 해야 한다- 주디 시카고, 페이스 링골드, 아나 멘디에타, 게릴라 걸스다.


사실, 게릴라 걸스에 대한 이야기는 책으로 읽은 적이 있지만 부끄럽게도 나머지 세 사람에 대해서는 이 책에서 처음 만나게 되었다. 이들이 여성이 예술계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노력했음에도 소수의 사람에게만 알려져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이 된다.


자꾸 찾아봐야 한다. 알아야 한다. 자기 목소리를 낸 사람들을. 그 사람들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한다. 그래야 이들이 한때에 머물지 않고 계속 우리들의 삶으로 들어오게 된다.


또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미래를 살아갈 사람들이 이들에 대해서 알게 된다. 자꾸 목소리를 내야. 또 그 목소리를 전달해야.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소중하다. 


자기 목소리를 낸 사람들을 알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래픽 평전이라고 그림을 곁들여서 이들에 대해서 알려주기 때문에 더 쉽게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가 있다. 어떻게 그들이 자기 소리를 냈는지... 


소중한 목소리들...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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