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동양화 또는 우리나라 산수화, 한국화가 지닌 아름다움 중에 여백의 미가 있다고 했다.


  지면을 꽉 채우지 않는, 적당히 비워두는. 그 비움으로 인해 채움이 더 잘 드러난다는 그림들.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통 큰 사람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통이 크다는 말은 비어 있는 공간이 있음을, 즉 여유 있는 사람이라는 말과 같다고 본다.


  자신 마음에 여유가 있을 때 남들을 받아들이기 더 쉽다. 그 여유가 경제, 정치, 교육에서 우위를 점하는 여유가 아니다. 그것과 상관없이 다른 존재를 받아들이려는 마음이 있는 사람들, 그들을 통 크다고 이야기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끔 책을 읽다보면 꽉 차 있는 글들을 만날 때가 있다. 도무지 내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는 주장. 그냥 그 주장을 따라가고만 마는 글들. 


하지만 어떤 책들은 내가 끼어들 틈을 준다. 내가 끼어들어서 의미를 덧댈 수 있게도 해준다. 어느 책이 좋고 나쁨을 떠나서 적당한 여유는 마음을 열게 해준다.


이번 호에는 이런 여백이 있다. 다이어리를 직접 작성해 보라고, 많은 글들 대신에 여백을 실었다. 그 여백을 우리보고 채우라고. 그렇다.


이번 호는 우리에게도 참여의 기회를 주고 있다. 잡지를 채울 수 있는 권리도 주고 있다. 그래서 새해 두 번째 빅이슈를 읽으면서 마음이 편해진다. 


여기에 더해 표지 그림을 보면서 마음이 편해진다.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표지고, 작가에 대한 인터뷰 기사에서도 마음이 편해진다.


이렇게 우리 모두 마음이 편해지는 한해였으면 좋겠다. 이 빅이슈가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듯이, 그렇게... 올해 마음 편해지는 한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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