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덫 동서 미스터리 북스 3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황종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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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을 추측하는 재미. 추리소설은 그러한 면에서 독자가 예상하는 결말을 넘어서야 한다. 작가는 소설 속에서 탐정과 범인이 머리 싸움을 하게 하기도 하지만, 이를 통해서 독자와 치열한 머리 싸움을 한다.

 

작품 곳곳에 단서를 심어놓아야 하지만, 그 단서를 독자들이 너무 쉽게 알아채서는 안 된다. 또한 결말이 독자의 예상을 벗어나야 하지만, 너무 벗어나서도 안 된다. 그러면 독자의 흥미를 잃는다.

 

그래서 소설 속에 단서가 있고, 그 단서들이 결말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잘 보여주는 추리소설이 좋은 추리소설이 된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은 이 점에서 좋은 추리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 '쥐덫'은 장편소설이 아니고 단편소설이다. 여러 소설이 한 권으로 묶여 있는데, 탐정도 세 명이 나온다. 포아로와 마플, 그리고 해리 퀸.

 

해리 퀸은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에서 어떠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탐정인지 모르겠는데, 이 책 '연애를 탐정한다'에서 처음 만났기 때문이다. 총 10편의 소설이 묶여 있는데, 해리 퀸이 나오는 소설은 이 중에 한 편이니, 그를 제외하자.

 

그렇다면 포아로와 마플이 남아 있는데, 둘의 추리 솜씨가 감탄을 자아낸다. 이런 기대를 지니고 이 책을 읽었는데, '쥐덫'에는 둘 다 나오지 않는다. 포아로도, 마플도 없다.

 

다만,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고립된 하숙집, 그곳에서 범인은 누구인가? 하숙집에 있는 사람들 중에 의심가는 사람을 추측하면서 읽어가는데... 범인은?

 

그런 재미가 있다. 의외의 인물이 범인이 되는데, 결말을 보면 납득이 된다. 이것이 좋은 추리소설의 조건이기도 하겠지만.

 

이 소설집에서 미소를 짓게 하는 추리는 마플의 추리다.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그것을 단서로 삼아 범인을 찾아내는 솜씨. 그런 과정을 읽어가면서 주의력, 집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된다. 물론 포아로 역시 아주 작은 단서도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 추리소설을 읽으면 추리 과정을 따라가는 재미도 있지만, 우리가 삶에서 놓치고 있는 소소한 것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함을 생각하게 해서 좋다.

 

여기에 인과응보라는 말과 돈에 현혹되어 살인을 저지르지만, 결과는 돈도 자신의 명예도, 또 생명까지도 잃을 수 있음도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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