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화가의 출세작 - 운명을 뒤바꾼 결정적 그림 이야기
이유리 지음 / 서해문집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수많은 화가들 중에서 지금 우리게에 알려진 화가는 몇 명? 그리 많지 않다. 특히 나에게 알려져 있는 화가는 정말로 유명한 화가이리라. 미술에는 문외한에 다름 없으니까.
그럼에도 미술에 관한 책을 몇 권 읽었더니 이제는 낯이 익은 이름들이 있다. 낯이 익은 그림도 있고. 여전히 많이 모르고, 낯선 작가들과 그림이 더 많기는 하지만.
이러니 나에게 알려진 화가는 유명한 사람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들이 처음부터 유명했을까? 그들이 자신의 천재성을 처음부터 인정 받았을까? 물론 그런 작가도 있다. 피카소만 해도 어린 시절부터 나이들어서까지 천재 작가로 추앙받지 않았던가. 이 책에는 이런 피카소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반면에 죽을 때까지 무명 생활을 하던 작가도 있다. 지금은 너무도 유명해진 고흐. 자, 그들은 모두 자신의 작품에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어떤 작가와 어떤 작품은 유명해지고 어떤 작가와 작품은 묻히고 만다.
거기에 사람과 때라는 것이 있다. 즉 자신의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부분. 우리가 흔히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고 하지 않던가. 자신의 실력을 돋보이게 해줄 운이 작동해야만 화가나 작품이 살아남을 수 있다. 그 운이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노력이나 재능을 알아준 사람으로부터 온다.
고흐가 죽은 다음에 유명해졌는데, 그의 작품은 지금도 전세계에서 많은 관람객을 불러모으고 있는데, 그렇게 되기까지, 고흐의 동생인 테오의 아내, 요한나 봉허의 역할이 컸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요한나가 고흐의 편지를 편집하고 번역하여 책으로 내고, 고흐의 그림을 버리거나 팔지 않고 보관했다는 사실. 고흐의 전시회를 열려고 노력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으니, 고흐가 지금처럼 유명해지게 된 데는 요한나의 공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거기다 요한나의 아들도 마찬가지.
삼촌의 작품을 버리지 않고 모았다가 네덜란드에 기증을 했으니, 암스테르담에 '반 고흐 뮤지엄'을 통해 전세계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했으니, 그런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여기에 더해서 로댕에 관한 이야기도 새로웠다. 로댕이 기존 조각을 벗어나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만들어 가는데, 오해를 많이 받았다는 사실. 그 유명한 로댕도 젊은 시절에는 무척 고생을 했다는 사실. 그러니 그의 작품이 논란을 일으키게 된 일이 오히려 로댕의 이름을 알리게 되었으니...
이는 뭉크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좋은 쪽이든, 좋지 않은 쪽이든 작가들은 이름이나 작품이 언급되면 유명해질 가능성이 있다. 사람들이 알게 되기 때문인데...
우연한 계기라고 하지만, 우연은 준비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일이니, 화가의 출세작은 화가가 우연히 출세하게 된 작품을 말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화가의 출세작은 그만큼 화가가 준비를 했고, 준비가 된 상태에서 그를 찾아온 기횔르 놓치지 않았다고 보면 된다.
많은 작가들이 나왔고, 그들의 작품을 보여주고 있어서 눈호강도 하고, 작품의 이면에 있는 이야기도 알 수 있어서 좋은 책이다. 무엇보다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점이 좋았다.